[독자발언대]대학이란 무엇인가
[독자발언대]대학이란 무엇인가
  • 이성미
  • 승인 2011.05.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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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 (경영학 4)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켕은 1897년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은 사회적 현상이며 자살의 원인도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뒤르켕은 유럽의 자살률 통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살은 우울증이나 신경쇠약 같은 개인의 기질과 큰 상관이 없음이 밝혀졌다. 뒤르켕에 따르면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2011년 카이스트의 청춘은 미처 다 피지 못한 채 시들거나 죽어버렸다. 징벌적 등록금, 몰입식 영어교육으로 대표되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개혁은 '경쟁력'과 '세계화'라는 미명 하에 시장화를 독려하며 학생들에게 무한경쟁의 굴레를 덧씌웠다. 그 결과 과학 연구의 요람인 카이스트는 창의력과 자유의 공간이 아니라 생존만이 전부가 된 정글이 되었다. 이는 서남표 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극단적 방법론의 문제다. 성장지상주의라는 토양은 청춘이 꿈꾸는 것은 허락하지 않은 채 자본과 학벌을 통해 대학서열화라는 씨앗이 자리잡을 비옥한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대학주식회사'는 학생들이 '어떤 인간'이 될 것이냐가 아닌 '얼마짜리 인간'이 될 것이냐에 관심을 쏟는다. 자본주의 경쟁체제 속으로 편입된 대학은 기업의 이해관계에 완전히 종속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교육은 상품이 되고 기업은 학생이라는 공산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며 대학은 품질관리와 품질보증의 공장이 됐다. 상품과 소비만이 대학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스스로 훌륭한 상품이 되어야 하는 학생들은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시장이 대학평가지수라는 척도로 대학을 줄 세운다면 대학은 경쟁력을 이유로 학생들을 줄 세운다. 여기서 뒤쳐진 학생들은 절망하거나, 좌절하고 앞선 학생들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강박에 휩싸인다.

행복 또한 하나의 배움이다. 막연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는 것은 인생에 대한 무기한적 지불유예다. 물론 경쟁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화합과 공생의 깃발 아래에 경쟁이 존재할 때의 경우이다. 대학이 지식만을 습득하는 공간이 아닌 인격도 함께 함양하는 배움터인 이유다. 인간의 지식도 사회라는 공동체 내에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교육은 텅 비어 있는 마음을 열린 마음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실천적 행동이 없다면 우리는 제2, 제3의 카이스트를 또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이번 카이스트 사태처럼 행복 없는 청춘의 자기 파괴일 것이다.

동아대학보 제1087호 (201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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