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5억 명의 온라인 친구, 하지만 씁쓸하다
[독자발언대]5억 명의 온라인 친구, 하지만 씁쓸하다
  • 이성미
  • 승인 2011.06.14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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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SNS(Social Network Service)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가 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바야흐로 내 손안에서 '소셜 네트워크'가 이뤄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우연히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의 실화를 그렸다. 영화의 시작은 마크가 여자친구에게 실연을 당하는 장면이다. 여자친구에게 실연을 당하고 하버드대 여자학생들의 순위를 매기는 '페이스매치'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내에 뿌리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마크는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다.

첫 눈에 보고 반한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기 위해 뒷조사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하면 그 사람의 연애 여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있다면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메시지나 사진, 동영상 공유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SNS와 비교해 페이스북의 놀라운 기능은 바로 '친구찾기' 기능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메일, 메신저, 학교, 회사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그와 관련된 친구들이 우후죽순으로 뜬다. 이를 통해 자주 보지 못해 아쉬웠던 친구들과의 소통도 가능하다. 하지만 가끔 친구 추천 목록에서 불편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 친구라고 표현하기 어색한 사이의 사람 등 찾고 싶지 않은 친구들까지 페이스북은 추천하고 있다.
이런 친구 목록을 보고 있자니 필자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이런 불편한 관계들은 결국 서로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 내 자신이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친구 목록에 뜬 모든 사람을 추가하지 않는다. 현재 자신이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추가한다. 차마 오프라인에서 풀지 못하는 관계를 온라인으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쿨하게' 친구로 추가해 소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5억 명의 온라인 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며 이런 저런 소통을 할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현실(오프라인)에서의 관계가 강화되지 못한다면 온라인의 친구는 허상일 뿐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마지막 장면은 필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넌지시 말해준다. 마크는 페이스북을 통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친구 요청을 한다. 그리고 친구 요청이 될 때까지 계속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며 수락을 기다린다. 마크가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 계기가 여자친구와의 이별이었다면, 페이스북을 통해 회복하고 싶어 하는 관계 또한 여자친구인 것이다. 결국 마크는 온라인상의 5억 명의 친구보다 실제 여자친구 1명이 더 소중하다고 느낀 것이다.
 
21세기 최첨단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집착한다고 자신의 사회적 관계가 끈끈하고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통해 현재 자신이 주변 사람들과 이루고 있는 관계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김진만(철학 4)
동아대학보 1088호(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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