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라는 이름이 자랑스러워지길…
공인영어시험 성적은 취업 필수 스펙이다. 영어는 세계화시대의 필수능력이며 시험성적은 영어 능력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필수 스펙으로 출신 학교를 꼽을 수 있다. 세상은 '학벌주의 타파'를 외치고 있지만 대학교명은 여전히 중요 스펙의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사람을 판단하는 비중 있는 기준 중 하나로 출신 학교를 묻고는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불필요한 재수생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대학 입시에 필요한 토익성적표를 위조한 사례도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모 일간지는 부산의 A대학 외국어능력우수자 수시전형에 735점을 945점으로 위조해 제출한 학생이 적발되었다고 보도했다. 위조 혐의를 받는 학생은 "토익 주관사의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고 A대학 당국은 고발을 검토 중이라 한다.
어찌 되었든 간에 자신의 실력과 다른 성적표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한 행동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대학명이 스펙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순 우리말로는 '큰 배움터'다. 배움터는 공부를 하거나 가르침을 받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곳에서 어떤 공부를 하였느냐와 같은 본질적 의미는 온데간데 없다. 공부를 어떤 곳에서 하였는지가 더 중요한 세상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현실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자신이 가진 스펙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스펙을 찾아 떠나고 있다. 이것이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 모습이고 다른 이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는 무슨 기준으로 판단되고 있을까. 언젠가부터 언론사들은 '대학평가'라는 이름으로 전국, 나아가 세계 대학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최근에도 모 일간지에서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순위는 30위까지 지면에 공개됐다. 그래서 그 목록에서 눈에 익은 곳, 과거 한강이남 최고 사학으로 군림하던 우리 대학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없었다. 40위 밖이었기 때문이다. 대학평가를 통해 드러난 순위가 그 대학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특정 잣대로는 측정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러난 결과가 자랑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동아대는 나와 인연을 맺은 곳이다. 그리고 내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며 세상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 곳이다. 이런 곳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대학평가의 신뢰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일단은 환영할 일이다. 사실 1~2년 내에 좋은 평가를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대비 수십 계단을 뛰어오른 모 대학의 사례에서 보듯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이다. 한강이남 최고 사학의 타이틀을 지금 당장 회복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과거보다 발전된 현재를, 그리고 현재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내일의 희망을 보여주길 바란다. 안 그래도 각박한 현실에 슬퍼할 일이 많은데, 하나라도 덜어주길 바랄뿐이다.
박지훈(영어영문학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