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고졸' 유윤종 씨를 지지하며
[독자발언대]'고졸' 유윤종 씨를 지지하며
  • 김승언
  • 승인 2011.11.30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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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서울대 교정에 눈에 띄는 대자보가 붙었다. '저번 주에 자퇴서를 냈는데…'라는 제목의 이 대자보는 서울대생이자 '공현'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 유윤종 씨가 게재한 것이었다.

유 씨는 대자보에서 "대학 서열화나 입시 문제는 대학 교육에도 악영향이 있으며 등록금 문제도 서열화 및 초과수요 문제와 깊은 인과관계가 있다"며 "사회에서의 학벌 차별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고 싶다'고 자퇴 사유를 밝혔다.

2010년 3월 10일 고려대생 김예슬 씨가 교정에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붙이며 '기업의 브로커'가 된 대학을 비판하고 자퇴한 이후 또 한 번의 대학거부를 통한 저항행위가 일어난 것이다. 김 씨가 진리도 정의도 우정도 없는 끝없는 경쟁의 대학현실을 비판하고 저항했다면, 유 씨의 저항은 한국 교육의 입시지옥 문제와 학벌 서열화,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현실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모임에서는 "1968년부터 2008년까지 입시경쟁 문제로 자살한 청소년의 숫자는 8,000명에 육박하며, 이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죽은 한국군 전사자·사망자 수인 5,066명 보다 많은 것" 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이러한 교육 현상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으면, 10월 6일 프랑스 국영방송 '프랑스2'에서  <특별취재, 한국 : 학교에 시달리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프랑스 전역에 방송하는가 하면, 프랑스의 유력 주간지인 '누벨 옵세르바퇴르'도 10월 3일 한국 교육현실 특집기사에 대한 예고 기사를 <입 다물고 공부해!>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다.

대학은 고등교육에서 배운 학문들 중 전문적인 분야를 정해 학습하고, 좀 더 나은 사회담론을 형성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대학에 입학하는 이유가 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경제적 이유'에 의한 것이라 한다.

이는 지방대 4학년 재학생 및 졸업한 취업준비생 1,3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통해 대학서열이 취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응답자의 77.6%가 '서울·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에 취업기회가 불공평하다'고 응답했으며 '구직활동 시 지방대 출신이어서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도 67.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학벌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간판'에 따른 취업 서열이며, 학연으로 연결된 주류 인텔리의 카르텔에 속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서열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현실에서 학벌의 정점에 선 유윤종 씨와 김예슬 씨의 선언은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최고 대학의 간판, 그리고 주류 인텔리의 카르텔을 거부하고 저항의 길을 택한 것이다. 우석훈 교수의 책 『88만 원 세대』의 표지에 적힌 글대로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들의 저항은 지금은 효과가 미비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른 들판의 불씨가 들불로 번지듯이 모순된 사회의 자유, 정의, 진리가 메마른 들판에 '유윤종'이라는 불씨와 '김예슬'이라는 불씨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불씨들이 '연대'라는 바람을 만나 모순된 사회들판을 태울 들불로 자라나길 기대한다.


송주헌(법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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