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에도 신고식 따위의 많은 전통이 남아있다. 물론 매스컴에서 회자되는 다른 대학의 것에 비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동아대의 전통은 친목과 악폐를 구분하기 애매한 탓에 진단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좋은 취지로 시작됐다 할지라도 당사자의 인권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피해가진 못하기 때문이다.
예로 학교 여기저기에 뿌리내려 있는 '가시버시'를 살펴보자. 가시버시란 예비대 때 여장을 한 남자 신입생들을 무대 위로 올려 그들 중 으뜸을 가려내는 의식이다. 이는 화장이나 여성 패션 등에 둔감한 남학생을 여학생이 도움으로써 학우들 사이의 서먹함을 풀어준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행사의 참여율을 높이는 순기능도 지닌다.
그러나 참가자의 자발적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인권에 위배된다. 설령 동의를 구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암묵적인 분위기에 의한 반강제적인 동의일 확률이 높다. 또 남녀 모두가 아닌 남자만 희생된다는 점에서도 이는 대단히 차별적일 수 있다. 이후 남학생들은 자신의 후배들에게 똑같은 '희생'을 강요하며 이를 거부하는 태도에 대해 폭력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부분도 심히 문제적이다.
성숙한 대학 사회에서 이런 문화들은 반드시 달리 대할 필요가 있다. 인권 문제를 방관한 채 전통을 계속 유지하는 방식은 옳지 못하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안 없이 전통을 단박에 없애버리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과연 이 뒤틀린 문화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 것일까?
답을 구하기 전에 살짝 딴 길로 새 보자. 사실 가시버시는 그 명칭부터 틀렸다. 가시버시란 순수 우리말로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즉 남자가 여장을 하는 행위와는 일절 관련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잘못된 명칭이 아직까지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건대, 우리 모두가 이 전통의 취지나 문제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전통으로 말미암아 불거지는 인권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 책임은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우리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성숙한 대학 문화를 위해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학이 다시 지성의 보고로 거듭날 기회이기도 하다.
정진리(문예창작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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