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내일이 더 기대되는 오늘'을 위해
[독자발언대]'내일이 더 기대되는 오늘'을 위해
  • 서성희
  • 승인 2012.09.06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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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술자리에서 "선배는 참 속 편하게 사는 것 같다"는 후배의 말에 괜히 발끈한 적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필자의 물음에 후배는 "선배는 남들 취업 준비할 때 여행이나 다니니까"라고 답했다. 자기는 취업에 대한 압박에 자격증도 따야하고 토익 공부도 해야 하고 학점 관리도 해야 하는데, 방학마다 자신에겐 이름조차 낯선 곳들로 여행을 다니는 필자가 현실감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행을 통해 세상 공부를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현실에 무딘 사람으로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의문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자격증이나 토익 성적, 학점이 대학생의 '현실감각'을 구분하는 척도가 됐을까.

중국의 사상가이자 문학자인 루쉰(魯迅)은 '청춘시대에 갖가지 우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중년이 되어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할 것이다'며 젊은 시절에 쌓는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무언가를 결정함에 있어 경험만큼 신뢰 가는 자료는 없다. 자신이 가본 길과 가보지 못한 길 가운데 우리는 어떤 것에 더 자신감을 보일까. 문제는 대학생들이 경험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경험을 경시한다는 데 있다. 온갖 변명들로 '지금이 아니면 해볼 수 없는 일'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은 비단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 가운데 대다수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을 부추긴다. 하지만 결국 사회는 참신한 도전자보다는 고학력, 고득점자들에게 더 호의적이다. 대학생들이 매달리고 있는 당장의 현실이 '삶'이 아니라 '취업'이 돼버리면서, '현실 감각'이란 말이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일련의 행동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정작 현실감각을 익히는 데에 경험만 한 것이 없음에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빛 좋은 개살구 격이 되어버렸다.

필자는 경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수치화된 점수로 당락을 결정하는 기업도, 제도적 뒷받침 없이 '무엇이든 해 보라' 식으로 밀어붙이는 사회도, 스펙 쌓기에 급급한 대학생도 경험이 주는 지혜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좋은 경험이야말로 가장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 루쉰의 말처럼, 청춘시절에 하는 경험은 훗날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오늘 없는 내일'을 좇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 더 기대되는 오늘'을 살았으면 한다.

김향희(문예창작학 4) 학생

동아대학보 제1097호 2012년 9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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