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서, 나는 달린다-제9회 부산바다하프마라톤대회 자원봉사
도심 한복판에서, 나는 달린다-제9회 부산바다하프마라톤대회 자원봉사
  • 이성미
  • 승인 2010.10.26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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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나는 달린다'


▲ 참가자들이 결승점을 향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일보와 부산광역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9회 '부산바다하프마라톤' 대회가 해운대 벡스코 광장과 광안대교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단체 및 개인을 포함해서 1만 2,000여 명이 참석했다. 기자는 마라톤 코스 중간 중간에 설치된 물 배급소에서 참가자들에게 물과 음료수를 공급하는 자원봉사자로 이번 현장에 뛰어들었다.

'폭풍'같은 1만여 명의 인파

전날부터 내린 비가 오전까지 계속되어 제법 쌀쌀했지만 궂은 날씨에도 많은 참가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대회에 참여해 이날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오전 8시부터 대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한 시간 전에 벡스코 앞으로 집합했다. 긴급 상황에 대비해 간단한 응급 처치 법을 배운 후 자원봉사자들은 지급된 우의를 챙겨 들고 각자 배정된 장소로 이동했다. 기자는 첫 번째 반환점에 배정받았다. 같은 구역에 배정 받은 인원은 총 8명으로, 책임 담당관 한 명과 심사위원 두 명이 포함되었다.

쌀쌀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원봉사자들은 참가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물 배급을 위한 준비를 마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탁자를 설치하고 수 백개도 넘는 물병과 음료수병을 나르면 참가자들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다.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첫 번째로 달려올 마라톤 참가자를 기다렸다.

가장 선두를 달리던 참가자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안정된 자세로 뛰어왔다. '첫 손님'을 맞이하는 느낌이랄까. 조금은 부끄러운 기색으로 "여기…"라며 건넨 음료수 잔을 거칠게 잡아채면서 "감사합니다!"라는 씩씩한 말 한마디를 남긴 채 멀어져가는 참가자를 보며 뿌듯한 생각에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그런 여유도 잠시, 1만 명이 넘는 참가자가 '폭풍'처럼 몰려왔다.

처음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어느새 거칠게 음료수 잔을 탁자 위에 펼쳐 놓고는 한꺼번에 음료를 따르기에 바빴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첫 번째 반환점을 돌며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있는 순간이었다. 기자 또한 다시 한 번 힘을 내야했다.


▲ 도로를 달리던 참가자가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뜻하지 않은 벌들과의 '전쟁'

'폭풍'같았던 첫 번째 인파가 전문가 수준의 마라토너 그룹이었다면, 그 후 몰려온 참가자는 가족단위로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회를 즐기고 있었다.

기자도 이때부터는 초심으로 돌아가 한 분 한 분께 "힘내세요"라는 말과 함께 정성이 깃든 음료수 잔을 건넸다. 할머니와 함께 이번 대회에 참여했다는 한 할아버지 참가자는 "우리 할멈 주게, 음료수 한잔만 줘" 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으셨다. 이외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학생들이 수고가 많네.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전해와 기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 진민경 기자(왼쪽)가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물이 담긴 컵을 건네고 있다.

대회가 끝나고 난 뒤의 물 배급소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버리고 만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보자며 팔을 걷어 붙였지만 문제는 음료수의 단내를 맡고 몰려든 말벌이었다. 손가락 두 마디 만한 벌의 크기에 모두들 질겁을 하며 도망 다녔지만 도로 위의 종이컵을 치우기 위해서는 벌들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마련되어 있던 큰 삽을 들고 벌들을 쫓아냈다. 봉사자들을 도와주러 온 심사위원과 책임 담당관은 삽을 들고 쫓아다니는 자원봉사자들이 벌보다 더 무섭다는 듯 "요즘 여학생들은 무서워"라며 혀를 내둘렀다.

어지럽혀진 도로 위를 깨끗이 치우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봉사활동을 끝마치고 결승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달리고 있는 참가자들이 보였다.

몸은 고됐지만 달리는 참가자들을 보자 기자도 달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 함께 뛰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부딪치는 시원한 빗줄기와 바닷바람이 피로를 날려주었다. 결승점에 도착할 때 쯤 되자, 응원을 나온 참가자들의 가족들로 북적였다. 비록 등번호도, 운동복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채였지만 많은 사람들과 섞여 호흡을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기자가 뛰어 본 세상, 그 곳에는 '사람'과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진민경 기자
hakbojmk@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2호(2010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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