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속으로 뛰어들다-한림가락유치원 운동회 일일교사 체험
동심 속으로 뛰어들다-한림가락유치원 운동회 일일교사 체험
  • 이성미
  • 승인 2010.11.10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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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트트랙 준비자세로 달리기 출발선에 선 모습들이 익살맞다.


▲ 사물놀이를 멋지게 해내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박수를 자아냈다.


▲ 아버지의 힘든 표정과 아들의 신난 표정이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 유치원 남자교사는 얼마나 될까. 2009년 남·여 유치원교사 비율은 약 35대 618명으로, 남성이 여성의 약 5.6%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5.6%의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을숙도초등학교에서 열린 '한림가락유치원 운동회' 현장을 찾았다. 이번 체험에는 우리 대학교 김미소(영어영문학 3) 학생도 함께 했다.

올해 한림가락유치원 운동회가 열리기까지는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해 운동회가 신종플루 유행으로 취소됐고, 올해는 궂은 날씨로 인해 원래 날짜에서 일주일이 미뤄져 개최됐다. 이 때문인지 유치원생들의 운동회 열기가 마치 소규모 올림픽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

김진희 교사의 소개로 새들반, 꽃들반, 별들반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하니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기자는 마치 아이돌 가수라도 된 양 우쭐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환영의 분위기는 단 5분에 불과했다. 기자와 김미소 학생은 그 후 내내 아이들의 '똥침 세례'를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어울리려면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놀아주는 것은 필수"라며 기자와 미소 학생이 보내는 구원의 눈길을 외면(?)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라는 월드컵 응원가에 맞춰 원생들이 입장을 하기 시작했다. 기자와 미소 학생은 아이들의 입장을 도우며 교사 체험을 시작했다. 이날 운동회 프로그램은 △달리기 △학부모 달리기 △태권도 시범 △사물놀이 △사랑의 썰매 △사랑의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으로 구성됐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진지하게 선서를 하고 준비체조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이날 가장 큰 웃음을 터뜨리게 한 모습은 다름아닌 원생들의 달리기 준비자세였다. 모두 하나같이 '쇼트트랙 준비자세'로 출발선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린이들은 대부분 주의가 산만하기 때문에 출발선에 섰을 때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쇼트트랙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는 강진욱 교사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뒤이어 열린 학부모 달리기에서는 오히려 유치원생보다 실수가 잦은 어른들의 모습에 또다시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달리다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던 한 학부모는 "딸내미 앞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너무 열심히 달리다보니 넘어지고 말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태권도 시범, 사물놀이 등에서는 뛰어난 협동 실력도 나타났다. 한림가락유치원 박수정 원장은 "집중력이 오래가지 않아 차렷 자세조차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이 태권도, 사물놀이를 해내는 것이 대단하지 않냐"며 "오늘 취재를 나온 기자도 나중에 자녀가 생긴다면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해달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운동회에 참가한 김진영 학부모 또한 "요즘 출산율이 낮아서 국가적으로 걱정이 많은데 오늘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니 아이를 낳은 보람을 느낀다"며 흐뭇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아이들에게 최고로 인기 있었던 게임은 '사랑의 썰매'. 자녀가 탄 빨간 바구니를 아버지가 끄는 방식이었다. 어느새 많이 자라 무거워진 자녀를 끄는 아버지들은 힘에 부친 얼굴이었지만, 바구니에 탄 아이들은 신이 나 세상을 다 가진듯한 얼굴로 연신 "한 번 더!"를 외쳐댔다.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반환점에 앉아 있던 기자와 김미소 학생은 바구니에 치여 무릎에 멍이 들 정도였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 하면 '이어달리기'를 빼놓을 수 없을 터. 이어달리기에서도 원생들은 한 명도 넘어지지 않고 바톤 터치도 완벽하게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마지막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습이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앞서 열린 '사랑의 줄다리기'에서는 아버지팀과 어머니팀으로 나눠 경기가 진행됐는데 '눈치 없는' 아버지들의 승리로 싱겁게 끝이 났다. 점심시간에 기자가 준비한 참치김밥과 자신들의 치킨, 샐러드, 샌드위치, 과일 등을 '물물교환'해 먹으며 정을 나눴던 어린이들은 작별인사를 할 때 여기저기서 울음을 터뜨려 기자의 눈시울도 붉어지게 했다.

운동회가 끝난 후. 아이들이 모두 떠나 적막해진 운동장을 정리하며 함께 일일교사 체험을 한 김미소 학생에게 소감을 물었다. 미소 학생은 "대학생활을 하며 봉사활동에 잔뼈가 굵어졌지만 유치원생과 함께 한 적은 없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게 됐다"며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며 겪게 될 입시경쟁이나 취업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 사회에 나가게 되면 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오래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장한 기자
hakboljh@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3호(2010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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