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짜릿함을 느끼다 - 부산 대표극단 '맥(脈)' 체험기
무대 위의 짜릿함을 느끼다 - 부산 대표극단 '맥(脈)' 체험기
  • 김승언
  • 승인 2011.09.1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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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관객이 음악에 맞춰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호흡하는 예술, 관객의 존재마저 무대의 빛을 더해주는 조화의 힘, 연극. 그러나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우들의 땀과 열정은 돈 주고도 볼 수 없다. 연극의 매력에 빠져 꿈을 좇는 그들의 이야기에 기자가 뛰어들었다.



▲ 배우들이 공연 시작 전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음악부터 연기까지,모든 것이 하모니

전통과 고전의 색을 가진 부산 대표극단 '맥(脈)'을 만나기 위해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 근처를 찾았다. 6번 출구를 지나 조그마한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후덥지근한 열기 속에서 배우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광대 연극제 개막공연 '심청전' 연습을 한 후였다. 마당극 '심청전'은 고전소설 『심청전』을 각색해 현 세태를 풍자하여 재미를 더한 작품이다. 그러나 휴식도 잠시, 그들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연극은 관객에게 보이는 그 순간이 작품의 모든 것이므로 쉴 새 없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출자의 지휘 아래 구성과 음악, 배우의 연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까지 그들의 연습은 계속됐다.

극단 '맥(脈)'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구성된 극단이다. 취미를 위해 활동할 것이란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 연극배우가 직업이었다. 1년에 200여 회의 외부공연을 하고 있으며 전통극 위주의 공연을 한다. 극단 '맥(脈)'의 모든 작품을 구상하고 연출하는 이정남 씨는 "전통극의 특성에 맞게 구성하기 위해 시대와 관련된 자료들을 자세하게 파악하여 더욱 탄탄하고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현재 이슈가 되는 사건, 현대 문화의 모습을 가미해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고 말했다.

극단 관계자는 "부산은 연극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며 "우리 극단은 소규모 공연을 많이 기획하는 등 시민들이 연극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대 초·중반의 젊은 배우들이 주축이 된 극단과 흥미 위주의 작품들로 인해 부산 극단이 밀리는 추세다. 이에 반해 극단 '맥(脈)'은 작품마다 고유한 색깔을 보여주고 도전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극단의 도움으로 '심청전' 공연 연습에 합류하기로 했다. 공연 중간에 심청의 이웃으로 나오는 여자 인형을 손으로 조정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인형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검은 판막 뒤에서 팔을 뻗고 손가락으로 인형을 조정하는데 팔이 저려오고 손가락에 쥐가 나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엄한 배우들의 지휘 아래 어느 정도 인형조정 기법을 깨우치게 되었다.

며칠 동안의 연습 후 극단 팀과 함께 의상과 소품 등을 챙겨 광대 연극제 공연장인 광안리로 향했다. 소극장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광대 연극제는 적은 예산으로 관광객에게 뜻 깊은 문화공연을 전하고 있다. 광안리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극단 팀은 분장과 의상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잠깐 짬을 내 신하 역을 맡은 배문수(동의대 3) 학생과 인터뷰를 나누었다. 그는 "소설을 쓰는데 다양한 경험이 필요해 동아리를 시작으로 연극을 접하게 됐다"며 "관중들의 반응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연극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전했다.


▲스태프의 도움으로 인형을 조정하는 이성미 기자.


연극의 매력은 '관객들의 오감자극'

드디어 작품의 색을 입은 배우들과 한껏 기대에 들뜬 관객들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심청전'은 고전소설의 줄거리를 담았으나 요즘 문화를 가미해 관객들의 공감을 사는 작품이다. 뺑덕어멈과 심봉사의 랩 대결이 펼쳐지는가 하면 바람난 심봉사가 가수 지드래곤과 박명수의 '바람났어'에 맞춰 막춤을 추기도 한다. 그리고 물에 빠진 심봉사를 구해주기 위해 등장하는 도사는 한 정치인을 패러디해 웃음을 자아냈다.
기자는 신나는 음악소리에 맞춰 판막 뒤에서 인형을 조정해 관중의 흥미를 돋웠다. 배우들은 관객을 무대에 끌어들이기도 하고 낯부끄러운 농담도 건넸다. 관중이 박장대소하자 기자는 신명이 나 더욱 역할에 몰두했다. 연습할 때는 마냥 힘들었건만 흥겨운 음악과 관중의 웃음소리가 나오니 작품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 짜릿함에 연극인들이 무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지, 잠시 감상에 젖기도 했다.
공연 내내 관객의 호응은 실로 폭발적이었다. 마침내 심청과 심봉사는 맹인잔치에서 재회를 하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연극이 마무리 되었다. 웃다 지친 관객은 땀에 흠뻑 젖은 배우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관객이 모두 돌아간 공연장에서 배우들은 달콤한 휴식과 함께 서로에게 격려를 보냈다.
극단 '맥(脈)'의 기획을 맡고 있는 심미란 씨는 "관객과 공감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한다"며 "관객들의 열렬한 응원과 박수가 우리에게는 돈보다 더 값지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들은 수익창출보다 관객이 연극의 매력을 함께 알아주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늦은 밤까지 무대를 비춰주는 조명, 공감하는 관객 사이에서 배우들의 달리기는 계속된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는 배우들의 얼굴은 함박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웃음이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인간 본능의 메시지가 아닐까.

 

이성미 기자
hakbosm@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9호 (20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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