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 파수꾼은 우정을 지키지 못했다.
<파수꾼> - 파수꾼은 우정을 지키지 못했다.
  • 서성희
  • 승인 2012.04.04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름왔수다'는 본지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독립영화 소개 코너다. 실은, 소개 한다기보다 '영화에서 얻은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윤창출 보다 창작자의 의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영화'는 20대의 감성과 맞닿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삐졌냐? 왜 그래." "알았다고. 됐다고." "야, 화 풀어라. 미안하다." "알았다니까." 로맨스물의 대사가 아니다. 대화의 주인공은 건장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들 이니까. 영화 <파수꾼>은 절친했던 세 친구의 우정이 균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고지전>으로 얼굴을 알린 훈남배우 이제훈과 드라마<뿌리 깊은 나무>에서 '광평대군'역을 맡았던 서준영,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신인 박정민이 각각 기태, 동윤, 희준을 연기한다.

편부 가정에서 자란 기태는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인물이다.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며 '짱'노릇을 하지만 자신의 진짜 친구가 동윤과 희준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미성숙한 소통과 사소한 오해로 시작된 갈등은 결국 기태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남은 두 친구는 각자가 가진 기억의 파편을 돌이켜보며 자신의 잔인했던 순간을 후회한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영화는 시간을 옮겨 다니며 사건을 풀어나간다. 동윤은 집 앞에서 기다리던 희준과 만나 기태의 죽음을 말한다.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던 동윤이 문을 열고 부엌으로 향하자 식탁에는 기태가 앉아 있다. 배경은 어느덧 그들이 행복하던 시절 어느 날 밤이 되어 있고, 그곳에는 동윤에게 열렬한 우정과 신뢰를 고백하던 기태가 있다. "다 없어진다고 해도 나한텐 니가 있잖냐." 그리고 울리는 전화에 다시 방으로 향한 동윤은 아들의 죽음을 알고자 하는 기태의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한다. 영화는 이처럼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오가며 세 친구가 각자 가지고 있던 기억의 파편을 맞춘다.

영화의 시점 변화와 함께 주목할 것은 감정의 전개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대사는 인물의 감정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제 그만하자." "뭘 그만해." "그냥. 이런 거, 다."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기태와 희준의 갈등은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과정이 눈에 고스란히 보여, 마치 알맞은 높이의 계단을 한 칸씩 차분히 밟고 올라갈 때의 느낌을 준다. 극에서 차지하는 분량이나 비중, 이제훈과 박정민 두 배우의 흘러넘치는 연기력을 배제하고서라도 말이다.

<파수꾼>은 '시간 때우기 용'이라기보다는 꼭 한번 집중해서 보면 좋은 영화다. 감히 말하건대 '친절'하고 '착한' 영화다. 왜 친절하고 착한 영화인지는 독자가 관객이 되어 판단 해줬으면 한다. 마음 같아서는 "꼭 봐라, 두 번 봐라" 하며 권하고 싶지만 깊은 여운에서 헤엄치고 싶지 않다면 피해도 좋다. 이런저런 말로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9점대의 평점과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수상작이라는 그저 그런 말로 거듭 추천할 수밖에.

여다정 기자
hakbodj@donga.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