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좋아하세요?"
영화가 시작되기 전, 두 주인공은 말한다. 동시에 '야옹 야옹'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영화 <고양이 춤>은 길 위를 떠돌아다니는 고양이, 이른바 '길냥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을 두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 CF감독인 윤기형이 그 주인공이다. 이 둘은 고양이 앞에선 파파라치가 된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고양이를 바라본다. 용한은 순간순간을 잘 포착한 사진으로, 기형은 영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들이 찍어내는 사진과 영상은 두 매체의 한계를 사이좋게 보완한다. 한번은 기형이 카메라를 들고, 자고 있는 고양이에게 살금살금 다가간다. "야옹!" 깜짝 놀란 고양이가 휙 돌아본다. 동그란 눈에 살짝 내민 앞발, 뒷발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영화 <고양이 춤>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따르다보니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의 기상천외한 행동과 주인공의 담담한 말투가 오히려 재미를 끈다. 먹이를 주는 용한이 고마워, 매번 산새를 물어다오는 고양이 '바람'의 행동은 제 딴에는 보답이라 해도 독특하다.
영화 곳곳에서는 낯익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쇼팽의 '고양이 춤'이다. 어린 시절 한번 쯤 피아노를 쳐본 사람이라면 이 음악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건반 위에 고양이가 오른 것을 보고 만들어졌다는 이 곡은 자유로운 길냥이와 잘 어우러져 영화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길냥이의 자유로운 모습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다 죽어야 해." 눈 오는 날, 기형은 고양이에게 저주를 퍼붓는 노인을 목격한다. 노인의 눈에 비치는 길냥이는 쓰레기봉투를 뜯어 길거리를 더럽히는 해로운 존재일 뿐이다. 기형은 말한다. "길 고양이는 길 위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사랑을 하고 길 위에서 죽는다." 길냥이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또한 새끼 고양이를 거리낌 없이 버리러 온 아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생명경시 풍조와 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한대를 엿볼 수 있다.
영화에는 유독 담장에 오른 고양이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담장 위에 오른 고양이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세상을 구경하는 것 같다. 이를 보면 아마 고양이와 담장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최고의 균형감각을 자랑하는 고양이만의 대피처이자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중 대부분은 고양이가 도도하고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를 보게 된다면 고양이의 따뜻한 모습에 빠져들 것이다. 단지 이 영화를 보고 길고양이의 삶에 대해 무턱대고 냉소하기보다는 고양이의 애교에 웃어보라는 거다.
박유정 기자
hakbopy@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4호 2012년 4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