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문> - 용산참사, 그 날의 기록
<두 개의 문> - 용산참사, 그 날의 기록
  • 서성희
  • 승인 2012.09.0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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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원 1명 사망. 정부의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한 철거민들과 진압명령을 받고 출동한 대원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내려왔다. 지옥과 같은 이 비극을 우리는 '용산참사'라기억한다. 이후에도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정공방이 이어졌고 뜨거웠던 현장처럼 이 모든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들 또한 뜨거웠다. 사라진 3,000여 쪽의 수사기록과 삭제된 채증 영상. 이렇게 진실이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영화 <두 개의 문>은 차분하게 그 날을 그리고 있다. 오히려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차가울 정도로 담담하게 이 비극의 핵심을 끈질기게 찾고 있다.

<두 개의 문>은 현장 영상과 재판 자료, 인터뷰를 토대로 한다. 재현 부분까지 경찰의 진술서를 토대로 사실 그대로를 담아내려고 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직접 찍은 영상들과 재판 현장에서 녹음된 음성, 그리고 진압을 담당했던 경찰의 진술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풀리거나 덜어내지 않고, 관객이 직접 현실과 마주서게 한다.

보통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시각의 양분화가 일어나기 쉽다.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했는가, 한 쪽에 치우쳐 바라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두 개의 문>은 이 틀을 벗어났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피해자의 가족이 나와 감정으로 호소하는 장면이 나올 법도 한데 이 영화는 냉정하기만 하다.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두지도 않고 진압을 맡았던 경찰 특공대원들의 공포와 트라우마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두 감독 중 하나인 김일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철거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기보다 그들을 소수자로 만들어 낸 사회적 구조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그저 애통함으로 이 사건을 덮어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 영화의 힘이 드러난다. 감정을 동요시키기보다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줘 사실과 직면하게 한다.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극영화와 같은 긴장감도 놓치지 않는다. 특별한 연출 없이, 현장과 법정을 오가는 구성만으로도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남일당 건물이 불타오르는 장면은 이미 뉴스를 통해 보도됐음에도 여느 재난 영화 못지않게 극적이다. 게다가 인터뷰와 재판 과정이 비극의 현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하여 치밀하게 사건을 재구성 하고 있다. 자막의 활용은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집중력을 높인다.

<두 개의 문>이 용산참사와 관련된 결정적인 단서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용산참사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로서 관객을 재판에 끌어들여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진실은 무엇인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올바른 것은 어떤 것인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관객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영화는 막바지에 이르러 관객들에게 묻는다. "용산에서 '아, 이렇게 해도 국민이 참아주는구나'라는 걸 본거죠. 그게 정말 몹쓸 교훈이 돼버린 거예요. 이런 폭력이 이 정부 끝날 때까지, 아마 이와 유사한 정부가 온다면 또 오겠죠. 이게 너무나 무서운 거라서, 시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걸 관용할 건지 전 참 궁금해요."

이슬기 기자
hakbols@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7호 2012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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