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 그들이 만든 또 하나의 지구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 그들이 만든 또 하나의 지구
  • 서성희
  • 승인 2012.10.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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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방송인 홍석천은 트위터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을 자신의 식당에 초대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은 "취지는 좋은데 작업은 걸지 말라", "딴 생각 말고 밥만 먹이고 보내라"는 등 동성애자인 홍 씨를 비하하는 듯한 댓글을 달았다. 그가 커밍아웃한 지 12년이 다 돼 가지만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하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이러한 사회적 편견에 당당히 맞선 대한민국 최초의 '퀴어'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는 게이인 민수와 레즈비언인 효진이 위장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두결한장>은 자칫 불편하고 어색할 수 있는 동성애를 유쾌하게 다룬다. 게이 커플인 민수와 석의 키스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김조광수 감독은 배우들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드러나야 한다"며 더욱 사실적인 키스신을 요구했다. 그 때문인지 두 남자배우의 연기는 흔한 남녀 커플 못지않게 사랑이 넘친다.

의사커플인 민수와 효진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신혼부부다. 그러나 이 부부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동성애자'라는 것. 민수는 게이클럽을 드나들며, 효진은 옆집에 애인을 숨겨두고 있는 레즈비언이다.

민수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남들처럼 눈치 안보고 마음껏 사랑하는 것이다. 외국으로 떠나자는 민수에게 석이 말한다. "이렇게 태어난 이상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어. 그 수밖에 없어." 그러자 민수는 "커밍아웃한 게 무슨 벼슬이니? 착각하지 마. 그렇게 대단한 일 해서 부모 가슴에 못 박고 한국으로 쫓겨 왔어?" 하고 대꾸한다. 자신도 동성애자이면서 민수는 석의 당당함을 힐난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했던 민수는 게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리라 생각한 것이다. 사회의 편견 속에서 민수는 더욱 더 꽁꽁 숨어버린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답게 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고 있는 '동성애'란 심각한 주제를 다룬다. 유쾌하게 시작했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실체를 드러낸다. 동성애자로 살기에 한국은 여전히 고달프다. 민수의 게이클럽 친구인 티나의 장례식은 우리가 휘둘렀던 폭력의 결과다. "더럽다"는 택시기사의 말과 "죄송합니다"라는 티나의 말은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그리고 '반성'하게 한다. 동성애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을까.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뒤틀린 시선이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김조광수 감독은 "나 역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 영화와 내 삶이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충분히 밝고 행복하지만 사회의 현실에 부딪쳐 때론 힘들고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김경태 씨는 "그동안 한국의 동성애자 재현은 그들의 커뮤니티를 드러내는 데 인색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게이 커뮤니티를 긍정적이고 사실적으로 재현하려는 노력에 있다"고 말했다.

동성애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런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동성애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두결한장>은 그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통로다. "세상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지구를 만들기로 했다. 동성애자, 이성애자 구분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최정아 기자
hakboaj@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8호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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