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새로운 삶의 기회
이별은 새로운 삶의 기회
  • 서성희
  • 승인 2012.12.09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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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 눈>

 

“여보세요? 아들! 엄마 오늘 취직했어.”

영화 <봄, 눈>은 엄마 ‘순옥’과 아들 ‘영재’의 통화로 시작된다. 영재는 50대에 들어선 엄마가 청소용역업체에 취직했다는 소식이 달갑지 않다
. 하지만 순옥은 아픈 남편을 대신해 자신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영화 삽입곡 ‘봄날은 간다’는 극 중에서 순옥과 그녀의 친정 엄마가 즐겨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는 젊음이 영원할 거라고 믿지만 결국엔 사라져간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철없는 남편과, 세 명의 자식을 둔 순옥. 그녀 또한 한 가정을 이루기 이전에는 화려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가정을 이룬 후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그녀는 자신의 예전 모습은 까마득히 있고 생업에 치여 살고 있다. 순옥은 오로지 가족만을 바라보며 헌신했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암’과 짧은 이승에서의 삶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의 가족은 영화 속 순옥의 가족과 많이 닮아있다. 각자 자기 에 바빠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가족이 다 같이 모이는 공간인 집은 오히려 서로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서 순옥의 시한부 판정 소식을 알게 된 가족들은 그녀를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라는 이유로 그녀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시 여겼던 시절을 후회한다. 이것을 계기로 그들은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순옥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병실로 찾아온 친정엄마. 그녀는 먼 길 떠나려면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며 평소 순옥이 좋아하는 음식을 손수 준비해 온다. 그녀는 순옥의 시한부 판정 소식에 제일 담담한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순옥을 잊고 살아온 지난 세월에 따른 죄책감을 이기려 애써 담담한 척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김태균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자신이 친엄마처럼 따르던 누나의 암 투병 시절을 본 따 만든 것이다. 김 감독은 “순옥과 그의 가족들을 통해서 이별이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봄, 눈>이라는 제목에서도 이러한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순옥이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들은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그 순간 그들은 더 끈끈한 가족애를 발휘한다. 이처럼 이 영화는 인생에서 가장 큰 고난의 순간에, 가장 큰 기쁨과 삶의 풍요로움을 만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한다.

이별의 사전적 정의는 ‘서로 갈리어 떨어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이별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영화 <봄, 눈>은 슬픔 이면에 깃든 기쁨을 조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제시한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기회’일지도 모를 일이다.

 

정혜원 인턴기자
hakbojhw@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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