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투 더 북] 악의 기원
[티켓 투 더 북] 악의 기원
  • 박성훈 기자
  • 승인 201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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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에 등장하는 '루시퍼'는 본래 신을 모시는 천사다. 그러나 신의 자리를 넘본 죄로 루시퍼는 지옥으로 추방당해 '사탄'이란 이름을 얻었다. 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천사조차 악을 품고 산다. 선과 악은 공존한다.

인간도 그리 다를 것은 없다. 신문이나 뉴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여러 언론 매체는 범죄 수사 파일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매일 범죄 소식을 빼놓지 않고 실어 나른다. 지금 우리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라인하르트 할러의 『아주 정상적인 악』과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이러한 인간의 악에 대해 고찰한다. 무엇이 인간을 악하게 만들었는가.

라인하르트 할러가 쓴 『아주 정상적인 악』은 각종 범죄 사례를 모아 '악'을 설명한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범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창의적(?)이고 잔혹한 범행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모든 범죄는 소위 '정상적인'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범죄가 발생하는 데는 그럴만한 원인이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과열된 감정, 범죄 집단의 강압, 혹은 상처 받은 경험이 그것이다. 책은 범죄 뒤에 숨겨진 배경과 비밀, 심리 상태를 설명한다. 작가는 '악'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환경과 교육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24명의 평범한 청년들이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나뉘어 역할극을 진행한, 이른바 '스탠포드 감옥 실험(SPE)'이다. 14일간 진행되기로 한 이 실험은 피험자들의 지나친 폭력과 가학으로 인해 6일 만에 중단됐다. 평범한 인간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악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인간의 내면에서 언제든지 표출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이는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에서도 나타난다. 무인도에 표류한 아이들은 모두 '문명국'이라 칭하는 영국의 선량한 소년들이었다. 그러나 책의 막바지에서 소년들은 피에 굶주려 친구들을 죽이려 하는 등 악마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책의 제목인 '파리 대왕'은 악마 '벨제붑(Beelzebub)'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나타내는 제목처럼 소년들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벨제붑에게 완전히 지배당한 것이다. 『파리대왕』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의 원초적인 잔인함과 파괴본능이다.

만일, 소년들이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아니라 문명 속에서 생활했다면 내면의 악이 발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평소와 같이 생활하며 가슴 속의 '악' 또한 숨겨진 상태로 살아갔을 것이다. 결국 악은 인간의 한 부분이다. 그저 숨기고 살아갈 뿐이다. 어차피 선과 악은 한데 섞여 있고 그 결정체가 곧 인간이다. 그리고 그 인간들이 모여 지금의 사회를 만들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 시대, 지금 거울 속에 보이는 것은 천사인가 악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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