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투 더 북] 자본, 인간을 삼키다
[티켓 투 더 북] 자본, 인간을 삼키다
  • 정원미 기자
  • 승인 2012.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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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의 저자 칼 마르크스는 급격히 팽창하던 19세기 자본주의를 향해 이런 말을 남겼다. "돈은 인간 노동과 삶을 소외시키는 정수이며, 인간이 돈을 숭배하면 할수록 돈이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 그는 자본주의가 낳은 냉혹한 계급체제를 비판하며 인간 평등을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는 자본이 주는 쾌락에 휩싸여 소외되는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외면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란 말인가.

카프카의 『변신』과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의 인간 소외를 주제로 삼는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인간을 상품화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도덕 문제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카프카는 열악했던 20세기 유럽의 노동 환경을 직접 경험했다. 그는 무자비한 관료제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체험하면서 자본주의의 내면을 속속들이 꿰뚫어 본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변신』은 자본주의 속 인간 소외와 무력감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이다.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는 어느 날 벌레로 변해버리면서 차츰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 직장과 국가에게서 소외된 그를 가족마저 외면하면서 그는 죽음을 택한다. 반면 가족들은 그런 잠자의 죽음에 기뻐한다. 그의 죽음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소풍을 떠나는 가족들의 밝은 표정에서 인간 소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한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자본주의에 물든 외판원의 죽음에서 한 가장의 일생, 나라의 역사를 조망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연극계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기법으로 인간 소외와 내면의 붕괴를 파고든다. 작품에서 주인공 윌리 로먼의 혼잣말은 꿈의 허망함을 더 증폭시킴으로써 현실과 이상을 더욱 괴리시킨다. 허망한 꿈을 좇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더 이상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열여덟 소싯적부터 꼬박 34년을 일했지만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늙은 외판원에게 회사는 냉정하게 돌아선다. 로먼이 사장 하워드에게 받은 통보는 상품성이 없어진 인간을 단번에 내쳐버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잔인함을 보여준다. 통보를 들은 후, 로먼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은 소외된 인간의 나약함을 부각한다.

그들의 작품은 찬란했던 20세기의 이면에 주목하고 있다. 두 작품에서 고발하고 있는 인간 소외문제는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다. 자본주의 그늘은 '인간 소외'로 나타나 두 주인공을 '죽음'으로 삼켜버린다.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최후를 말해 주는 것 같아 섬뜩하다.

인간과 자본. 분명 자본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 그 자본은 인간을 집어 삼키고 있다. '내가 자본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혹 자본이 나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잠깐 스쳐간 이 질문이 기자를 두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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