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투 더 북] 비극의 땅에서 평화를 보다
[티켓 투 더 북] 비극의 땅에서 평화를 보다
  • 최정아 기자
  • 승인 2012.05.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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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하산이 아미르에게 외친다. "나는 진심이었어. 라일라, 너를 위한 진심이었어." 마리암이 라일라에게 말했다.

소련의 침공, 내전, 탈레반 정권의 폭압, 미국과의 전쟁.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는 비극적으로 전개돼 왔다. 신문과 뉴스를 통해서만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삶을 보는 우리는 무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문화상대주의라는 장막에 가려져 무참히 짓밟혀 온 그들의 인권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두 책 『연을 쫓는 아이』와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통해 생생히 재현된다. 이 두 책의 주인공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아프간의 굴곡진 역사를 보여준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간에서 자란 소년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용서를 그리고 있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인 아미르와 그 하인의 아들인 하산. 아프간에서 종족은 곧 계급을 의미한다. "내가 시키면 진흙을 먹을 수 있어?" "원하시면 기꺼이 할게요." 아미르와 하산은 신분과 종족이 다르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다. 아미르를 향한 하산의 마음은 언제나 따뜻했다. 아미르는 그런 하산을 괴롭히고 무시하지만 그에게 친구라고는 하산밖에 없다.

한 번도 하산에게 진심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아미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는 과정은 기자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어릴 적 누구나 저지르는 사소한 실수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미르는 과거로 거슬러 감으로써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아프간을 떠나게 된 아미르는 그때서야 하산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깨닫는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네.' 우리는 '카불'이라는 시에서 말하는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마리암과 라일라를 통해 볼 수 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간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전란 속에 남겨진 두 여성의 찬란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남편의 폭행을 참고 견디던 마리암은 폭력 앞에서도 당당한 라일라를 통해 용기를 얻고 자신의 삶을 되찾는다. 아프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참한 일이다. 그럼에도 마리암과 라일라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됐다. 설령 그것이 예기치 못한 아픈 결과를 가져올지라도 말이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아미르와, 전쟁과 탈레반의 폭압을 견뎌야 했던 라일라. 아미르는 하산의 죽음과 그의 아들 소랍을 통해, 라일라는 마리암의 희생과 사랑했던 타리크와의 재회를 통해서 어긋난 삶의 조각을 다시 맞춘다. 그들이 망설이고, 머뭇거렸던 것은 용기를 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조국이 처한 비극 앞에 그들은 당당히 맞섰다. 황폐해진 땅에서 한 줄기 빛을 보여준 건 오직 그들이었다. 전쟁의 진정한 승리자는 아프간의 역사를 함께한 국민들이 아닐까.

기자는 책장을 덮으며 훨씬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아프간은 기근, 내란, 분쟁으로만 포장돼 왔다. 그러나 기자는 이 두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편견의 장막을 말끔히 걷어냈다. 폭력으로 가려진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짧은 인사를 건넨다. "살람(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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