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투 더 북] 불안한 삶, 상처받지 않고 살 권리
[티켓 투 더 북] 불안한 삶, 상처받지 않고 살 권리
  • 장혜정 기자
  • 승인 2012.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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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들은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빨리 빨리"를 외쳐대며 혹여나 남보다 뒤쳐지지는 않을까 하는 조급함에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한다. 시간에도 가속이 붙는 것인지, 지나온 시간들은 너무도 빨리 과거가 돼 버린다. 급변하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에게 불현듯 이런 질문이 스치고 지나간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주중 5일 동안 앞만 보고 달린 후 맞이하게 되는 주말엔 또 다른 고민에 휩싸인다. "과연 나는 쉬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가, 일을 하기 위해 쉬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속 우리에게 '경쟁'은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대학입시라는 잔혹한 통과의례를 거치고 나면 대학의 낭만을 뒤로한 채 스펙전쟁에 휩싸인다. 전쟁에서 낙오하지 않고 살아 돌아오면 이제는 취업시장이라는 새로운 문턱으로 진입한다.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가정의 소득 수준과 이를 통해 결정된 사회적 위계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쟁을 내재화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을 통찰력 있게 그려낸 스테디셀러 인문서가 다름 아닌 『불안』과 『상처받지 않을 권리』다.

『불안』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느끼는 현재의 불안이 '사랑의 결핍'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관심 받고 존중받고 싶은 욕망이 지금의 우리를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한다는 것이다. '정체성(identity)'이란 단어가 '확인하다(identify)'라는 동사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음미할 만하다. 사랑받기 위해 나를 드러내야 하고 남들의 관심과 확인을 얻기 위해 더욱 특별한 나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 그러한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은 어쩌면 현대인들이 가진 공통적 특성일지 모른다. 더군다나 나의 고립상태가 집단에 대한 공포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차라리 '쿨함'이 자신의 정체성인양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불안한 심리를 다독여서 위로해 주는 또 한 권의 책이 바로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다.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불안한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이 책에는 총 네 명의 문학가와 네 명의 철학자가 짝을 이루어 등장한다. 그들은 불안감과 이유 모를 소외감, 성공에 대한 강박 등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인문학적 시각'을 통해 풀어간다. 허영과 과시로 가득 찬, 보여주기 위한 삶을 지양하고 진정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강신주 식 '상처치유법'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불안'과 '상처'라는 두 가지 코드로 해석해 보았다. 현실의 중력에 내동댕이쳐져 상처받아 불안한 영혼들은 과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날아오를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 실마리는 무엇일까. '위기(危機)'란 위험(危)과 기회(機)를 동시에 내포 하는 말인 만큼 가능성은 어딘가 있을 것이다. 두 책을 읽은 후 기자가 떠올린 단어는 다름 아닌 '용기'였다.

용감하게 사는 것. 그것은 아마도 생각 하는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며 행동하는 대로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끝으로 기자가 평소 좋아하는 인용구로 코너를 마치려 한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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