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가계부채 해소할 것인가?
국민행복기금, 가계부채 해소할 것인가?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05.1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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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 논란 일으켜…
▲ 지난 3월 29일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다. <사진출처=캠코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이 지난 3월 29일 출범했다. 국민행복기금은 공약발표 당시부터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사안이었기에, 공식적으로 출범되자 도덕적 해이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사회로 나가야 하는 대학생들 또한 짚어봐야 할 문제다.

국민행복기금 홈페이지의 안내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은 가계부채 문제의 조속한 해소를 위해 설립됐다고 한다. 취약계층의 금융적인 어려움을 없앨 뿐만 아니라,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 지원 및 서민의 채무부담 완화가 그 목적이다.

국민행복기금은 △대출연체자 채무조정 △학자금대출 채무조정 △저금리대출 전환 등의 채무조정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출연체자 채무조정은 신용회복 지원 협약에 가입된 기관(금융기관, 등록대부업체)에서 1억 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때 대출자가 상환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최대 50%(기초수급자 70%)까지 채무를 감면해 주고, 남은 채무는 최장 10년까지 분할상환하도록 조정해준다. 학자금대출 채무조정은 한국장학재단이나, 금융회사, 등록대부업체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후 6개월 이상(2013년 2월 말 기준) 연체가 진행 중인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다. 상환능력을 고려해 채무를 감면해주고, 남은 채무는 상환기간을 연장해줄 뿐만 아니라 채무자가 신청하면 채무상환 시기를 취업 이후로 유예시켜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저금리대출 전환은 신용회복 지원협약 가입 기관에서 20% 이상 고금리 신용대출 후 6개월 이상(2013년 2월 말 기준) 성실하게 상환 중인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다. 4,000만 원 한도 내에서 10%대 저금리 대출로 전환시켜준다.

당장 연체율 상승에 영향

국민행복기금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는 자신의 빚을 변제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변제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 대학교 정남기(경제학) 교수는 "국민행복기금은 빚을 갚지 못해 6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사람, 다시 말해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불성실한 사람들이 수혜대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남의 돈을 빌려 쓰고 갚지 않아도 되는 풍조가 발생할 수 있어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의 한 은행에서 밝힌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해 초 이 은행의 미소금융재단에서 창업·운영자금 1,000만 원을 대출한 이 모 씨. 그는 신용등급이 낮았지만 재단 덕에 무담보로 연 4.5%의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게 됐다. 꾸준히 원리금을 상환하던 그는 올 초부터 상환을 끊었다. 빚을 갚으라는 직원에게 그는 "국민행복기금 대상자가 되면 원금을 감면 받을 수 있으니 지금은 빚을 갚지 않겠다"는 답을 했다.

국민행복기금의 출범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을 미루는 일은 이 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에서는 "국민행복기금 출범이 가시화 되던 지난 2월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1.04%로, 그 전 달보다 0.05%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10월(1.07%) 이후 6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주택담보 대출 연체율도 상승했고 아파트분양자들이 중도금·이주비 등을 집단으로 빌리는 집단대출의 연체율 역시 1.99%로 올랐다. 집단대출의 경우, 집계를 시작한 2010년 12월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기간에 각 연체율들이 동시에 상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국민행복기금이 연체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행복기금의 도덕적 해이 우려는 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4일,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약해지면서 생긴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한국 금융 산업의 주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민행복기금 자격조건 미달로 채무조정 신청에서 제외된 일부 채무자들이 또 다른 정부지원을 기대하고 채무상환을 중단한다면, 가계부채 증대로 이어져 자산건전성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행복기금을 두고 도덕적 해이 논란이 크게 일자 국민행복기금 주무 기관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달 3일 내놓은 '국민행복기금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덕적 해이 및 성실 상환자 역차별에 대한 논란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 "문제 없을 것"

금융위는 성실 상환자 역차별 우려에 대하여 "상환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국민행복기금이 지원되지 않기에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채무조정을 받은 장기연체자들은 2년간 은행연합회에 '신용회복 지원 중'으로 등재돼 금융거래 시 상당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므로, 성실 상환자가 역차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부채감면 기대감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는 오해"라고 밝혔다.

금융위의 발표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은 1회에 한해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므로 추가적 채무감면을 기대하고 연체를 할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대상은 2012년 8월 이전에 연체가 시작된 경우에 한하므로, 국민행복기금이 발표된 지난해 11월 이후 고의적으로 연체한 채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채무조정 대상이 될 것을 기대하며 변제를 거부하는 경우, 철저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채무감면율을 산정, 변제의무 회피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를 일축했다.

지난달 12일, 금융위 정찬우 부위원장은 "국민행복기금은 금융위만의 사업이 아닌 범부처적 사업으로 각 부처와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행복기금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해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안정된 시스템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 선정에 있어, 국세청이나 보건복지부와 같은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여 채무조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서, 국민행복기금을 둘러싼 논란은 차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익 위해 눈감은 양심, '도덕적 해이'

국민행복기금 논란의 한 축인 '도덕적 해이'란 무엇일까. 우리 대학 오민홍(경제학) 교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계약이 체결된 이후 돌변하는 행동 경향이나 제도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금액 보증 정책으로 인해 저축은행에 내재된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의 실제 사례라 할 수 있다. 저축은행은 높은 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 따라서 고객은 높은 이자에 상응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그 예금액을 전액 보증한다면, 은행이 도산하더라도 정부가 예금을 보장해 주니, 높은 수익만 쫓고 위험을 무시하는 예금가입자들로 인해 국가적 손해가 발생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는 미국의 캐네스 애로 교수가 처음 사용한 경제학 용어다. 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이 보험이 없을 때보다 더 자주 병원에 가는 경향이나, 단순한 감기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병원이 수입 창출을 위해 과잉진료를 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캐네스 애로 교수는 앞의 사례에서 비롯된 보험 보상의 증대 및 과도한 의료비 지출 발생에서 도덕적 해이를 착안했다고 한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는 만들어진 제도나 규칙의 원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었지만, 이를 악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비도덕적인 행위 또는 '해이해진 도덕성'을 표현하기 위해 붙여진 명칭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도덕적 해이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보험개발원이 지난달 8일에 공개한 2011 회계연도 자동차 보험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추돌사고(뒤차가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로 발생한 환자의 40.6%가 목을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차 사고로 인해 지급된 치료비는 5,625억 원인데, 이 가운데 추돌사고로 인한 목 상해 치료비가 2,847억 원(51%)을 차지했다. 문제는 전체 추돌사고 부상자의 45.5%는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였고, 53.8%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목을 다쳐 입원한 사례 대부분은 그야말로 '목잡고 내린' 엄살 환자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목 상해는 의학적으로 객관적인 진단이 어렵다. 엄살 환자들은 이를 악용해 드러누워 보험금을 타낸 것이다. 치료가 필요 없는 엄살 환자들이 보험금을 타서 사용하면, 의료보험 지출로 인한 보험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게 돼,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목 상해 진단이 어렵다는 것에 착안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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