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기행 모티] 해운대 속, 시간이 멈춘 미포마을
[부산기행 모티] 해운대 속, 시간이 멈춘 미포마을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3.05.1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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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 : '모퉁이'의 경상도 사투리. 잘못된 일이나 엉뚱한 장소라는 의미로도 쓰임

▲ 미포항에서 바라본 해운대 해수욕장.

모티가 세 번째로 찾아간 장소는 해운대에 위치한 미포마을이다. 부산은 몰라도 해운대를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정작 해운대를 알더라도 미포마을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미포마을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동백공원을 등지고 10분 정도 걷다보면 도착하는 작은 항구 마을이다.

미포는 해운대에서 송정을 잇는 삼포 중 하나다. 삼포란 미포, 청사포 그리고 구덕포 세 개의 포구를 의미한다. 미포와 청사포 사이에 위치한 달맞이언덕은 소를 닮았다 하여 와우산(臥牛山)이라고 불리는데, 미포마을은 이 달맞이언덕의 꼬리에 해당한다 하여 꼬리 미(尾)를 붙여 미포마을이라 불린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짭조름한 생선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미포항을 만날 수 있다. 항구에는 파란색 페인트 옷을 입은 작은 어선들이 빽빽하게 정박돼 있다. 항구 입구에는 자리에 앉아 갓 잡은 생선을 손질하는 할머니와 햇볕에 그을린 듯 얼굴이 벌갛게 탄 어부들도 볼 수 있다. 항구 주변 바닥에는 햇볕에 말려놓은 미역과 미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해 말라 죽어가는 불가사리가 널려있다. 바로 옆 커다란 유람선이 있는 선착장과는 달리 마치 시골 바닷가에 온 듯 소박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미포마을은 해운대 바닷가와 해운대 달맞이언덕 사이에 위치해 있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미포마을은 자연 경관뿐만 아니라 주변에 상업으로 번성한 곳이 많아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이유가 충분하다. 하지만 정작 미포마을은 개발의 손이 닿지 않은 듯 해운대의 이미지와는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달맞이길, 해운대 해수욕장과는 달리 아스팔트로 정리된 큰 길 하나 없다.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그마저도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길밖에 없다. 주택도 온통 회색빛 벽돌에 파란 지붕뿐이다. 더구나 몇몇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듯 유리창마저 깨져있다.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작은 밭이 모여 있는데 상추, 파 등을 심어놓고 밭을 가꾸는 마을 주민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을 속에 있을 땐 조용한 어촌마을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발뒤꿈치를 들고 마을 주위를 둘러보면 영락없는 관광도시 해운대다. 미포마을 바로 아래에는 해운대 바닷가를 바라보며 달리는 동해남부선이 지나간다. 또한 영화 '해운대', '거룩한 계보', '타짜' 등에 나온 미포 철길 건널목은 미포마을 바로 옆에 있다. 미포마을 바로 위에는 부산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몰리는 달맞이고개가 있다.

▲ 미포마을 전경.

미포마을이 해운대라는 거대한 번화가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 개발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밭을 가꾸다가 잠시 앉아 쉬고 있던 할아버지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전망 좋고 오륙도 보이제, 목이 확 트이는데 이만한 곳이 어디있겠노? 무허가 지역이라가 그리 발전 안되고 이리 발 묶이있지 만날. 땅 주인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아이가." 미포마을이 위치한 곳은 현재 공원부지로 설정돼 있어 아무런 건설도 허가되지 않는다. 지금 마을에 있는 주택들은 부산시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지은 무허가 건물이다. 허물면 허물었지 더 이상의 수리도, 새로운 건물을 세울 수도 없다. 해운대와 함께 시간을 달리지 못한 채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미포마을에 서서 아무 생각 없이 마을을 둘러보면 지금 시골에 있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사람 많고 시끌벅적한 해운대가 지겹다면 미포마을에 다녀오길 제안한다. 미포마을이 해운대라는 조개 속에서 오색 빛이 나는 진주까지는 아니지만 미포마을만이 가지는 고유한 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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