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정행위, 뒤틀린 의식 바로잡아야
[데스크 칼럼] 부정행위, 뒤틀린 의식 바로잡아야
  • 박근우 학보편집국장
  • 승인 2013.05.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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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우 편집국장

대학마다 중간고사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생들의 커닝에 관해 "부정행위에 관한 중징계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학점이 취업과 직결되다보니 무조건 징계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취업 덕분에 부정행위마저 눈감아주는 너그러운 광경이다.

중간고사 내내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는 커닝에 대한 이야기로 뜨거웠다. 그 중, 커닝으로 인해 시험 도중 시험지가 찢긴 학생의 글도 올라왔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험지를 찢다니 야박하다', 혹은 '너무하다'는 글이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참으로 가관이다. 저 학생은 순간의 부정행위가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준비해온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범죄행위'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 걸까.

지난 4일, SAT(미국대학입학시험)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불과 시험을 3일 앞둔 상황에서 시험이 취소되는 바람에 당장 SAT점수가 필요한 학생들은 낭패를 보게 됐다. 시험을 주관하는 미 칼리지보드는 '한국에서 치러질 시험의 문제 중 일부가 유출됐다'는 이유로 시험이 취소된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SAT의 취소가 한국 사회에 의미하는 바는 크다. SAT 관련 부정행위가 적발된 학생의 시험 성적이 취소된 적은 있지만, 시험자체의 취소는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사실 SAT에서 한국 응시생의 부정행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07년과 올해 2월 발생한 부정행위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일부 어학원 관계자들이 시험이 치러질 다른 나라의 시차를 이용, 아르바이트생을 시켜 미리 문제를 풀어본 뒤 한국으로 예상문제를 넘겨주는 식으로 문제를 유출했다. 이런 창의적(?)인 부정행위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를 부정행위가 만연한 나라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부정행위는 검찰에서도 처벌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과 칼리지보드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 학부모들은 여전히 뒤틀린 의식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부정행위가 드러난 어학원은 이전보다 더 성황을 이룬다"며 "학부모들은 '내 자식은 저런 학원에 보내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우리 애도 저 학원을 보내 어떻게든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한국사회의 모순된 행태를 꼬집었다.

국내의 높은 교육열은 오늘날 한국을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성적에 걸맞은 윤리의식은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소수의 부정행위자가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준비해온 다수의 사람들의 기회까지 빼앗고 있다. '부정한국'으로 낙인찍힌 지금, 우리는 뒤틀린 의식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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