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取)중진담] 로스쿨에 시간을 주자
[취(取)중진담] 로스쿨에 시간을 주자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05.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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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민 기자

 보통 말을 배우는 아기가 가장 처음 하는 말은 '엄마'다. 아기가 가장 오랜 시간을 마주하는 사람이 엄마인 까닭도 있겠지만 사실, '엄마'는 입술을 다물었다 떼면서 나는 소리와 비슷해 발음하기 가장 쉽다. 하지만 아기가 '엄마'라는 단어를 발음하려면 최소한 1만 번 정도 듣고 연습해야 한다고 하니,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듯하다.

지난 2009년 사법시험을 축소·폐지하고 그를 대체하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한 후 2회 졸업생이 배출됐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고 시행되면 도입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문제가 제도의 도입 목적을 해치지 않는 정도라면 수정과 보완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로스쿨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니 로스쿨생들의 근심은 날로 깊어만 간다.

로스쿨에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천에서 용 날 기회'가 상실됐다는 것. 또 하나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역량에 대한 의문이다. 먼저, 개천에서 용 날 기회의 상실이라는 주장을 표면적으로 봤을 땐, 공감이 갈 수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사법시험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면 오산이다. 예전처럼 독서실에 틀어박혀 법학기본서 10회독으로만 승부를 본다면 모를까, 지금의 사법시험은 로스쿨 못지않은 비용이 든다. 고시산업이 발달하면서 고시학원도 생겼고, 기본서를 정리한 요점정리서, 기출문제집 등 고시를 위한 부가요소들이 크게 늘었다. 게다가 지방 학생들은 서울로 고시유학을 가야하니, 사법시험에 드는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로스쿨에는 수천만 원의 등록금이 책정돼 있어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고시공부는 그 비용이 명확치 않아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또한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역량에 의문을 품는 이들은, 빡빡한 사법시험을 뚫고 온 기존 법조인들에 비해 로스쿨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실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려 하지도 않고 막연히 사법시험보다 쉽게 법조계에 입문하니 실력도 낮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3년 동안 법학과정을 수료한 이들이 실력이 없을 것이라 단정 짓는 것은 로스쿨에 대한 색안경 때문이다. 진정으로 로스쿨생들의 실력에 의문을 품고자 한다면 '실력이 없다'고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실력이 검증되지 않아 우려된다'며 검증 방법을 모색함이 옳을 것이다. 아기가 '엄마'를 말하는데 1만 번 넘게 연습을 해야 한다는데, 로스쿨은 이제 겨우 2회 졸업생만이 배출됐을 뿐이다. 색안경을 쓴 채 로스쿨을 흔들지만 말고, 조금 더 기다려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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