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톨레랑스가 필요한 사회
[기고] 톨레랑스가 필요한 사회
  • 학보편집국
  • 승인 2013.06.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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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우 교수 교양교육원

 10년 전 "동성애로 소돔과 고모라가 하나님의 진노로 유황불 심판으로 망하였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성명 발표로 인해 가톨릭 신자이자 동성애자였던 19세의 고(故) 윤현석 군은 자살을 택했다. 그는 "수많은 성적 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반성경적이고 반인류적인지… 우리더러 죄인이라 하기 전에 자기네들이나 먼저 회개하고 이웃사랑 실천해야 할 거에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또한 최근 성별, 종교, 이념,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야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되었다가 상정도 못하고 개신교 단체의 극렬한 반대로 폐지됐다. 반대의 중요한 이유는 성적 지향(동성애)의 문제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국교회는 극렬하게 동성애를 반대할까. 기독교는 그 근거로 『성경』의 말씀을 들고 있다. "너희들은 절대로 동성연애를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추잡한 짓이다."

그런데 만약 동성애가 인간 사회의 윤리 영역이라면 우리의 윤리가 한 권의 책에 담긴 내용에 의지하여 모든 판단을 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같은 『성경』에는 "돼지는 먹어서는 안 된다…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레위기」)는 기록도 있다. 특히 『성경』에서는 이익을 위해 돈을 빌리는 것도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성경』의 말을 그대로 지키려면 삼겹살이나 꽃게를 먹은 사람,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두 죄를 짓는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 신자라면 삼겹살집이나 해산물 식당, 은행 앞에서 매일 불매운동이나 영업방해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개신교 신자들은 앞의 내용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안 되고, 삼겹살과 꽃게탕은 먹어도 된다는 『성경』에 대한 이중 잣대는 잘못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윤리와 맞는 『성경』 구절은 받아들이고 자기의 윤리와 맞는 않는 구절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이 자기 자신만의 도덕기준으로 『성경』을 이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동성애를 더럽기 때문에 나쁘다고 한다. 만약 더럽기 때문에 그 행위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개똥을 치우는 행위도 더럽기 때문에 옳지 않은 행위다. 그러므로 더럽다고 해서 반드시 비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또 어떤 사람은 동성애가 에이즈를 확산시킨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은 부분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에이즈 바이러스는 대부분 체액전이에 의해 전염되므로 동성애를 에이즈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성성교를 통해서 에이즈에 걸린 사람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보다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물론 성생활이 문란한 동성애자를 비난할 수 있지만, 동성애 그 자체를 나쁜 것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동성애자는 대부분 평생 동안 서로에게 충실하게 살고 있다. 또 어떤 이는 동성애가 가족제도를 부정하여 결국 인류가 멸종할 것이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평생 독신으로 삶을 유지하는 수녀도, 가족제도를 부정하고 인간의 생식기능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동성애에 대해 몇 가지 측면의 비난을 가정하여 제시하고, 그에 대해 반론적인 입장들을 기술했지만, 동성애가 비윤리적이라는 근거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라면 선택의 책임을 물어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동성애 그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동성애에 대한 생물학적·윤리적 정당화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즉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다양성의 인정과 사회적인 약자이자 편견에 시달리는 동성애자에 대해 관용(톨레랑스)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김명우(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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