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영화관] 전쟁, 그 야만의 얼굴
[미술관 옆 영화관] 전쟁, 그 야만의 얼굴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06.0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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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ee)

 1951년 그려진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ee)>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으로, 철갑을 두른 군인이 여성과 아이들을 향해 총칼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공포에 질려 얼굴이 일그러져 있거나 체념한 듯한 표정의 벌거벗은 여인들,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모래장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저항도 못한 채 학살을 당해야 했던 민간인을 상징한다. 벌거벗은 이들과 달리 위압감을 주는 갑주와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은 힘으로 나약한 민간인들을 제압하려는 야만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피카소는 한국전쟁 중 황해도 신천군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사건에 관한 보도를 듣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신천군 사건과 같이 한국전쟁 중 벌어진 민간인 학살은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군 모두에 의해 자행된 바 있다. 이 중 노근리양민학살사건은 2009년 <작은 연못>이라는 영화로 제작돼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영화는 전쟁의 포화가 비켜간 듯 조용히 지내고 있는 대문바위골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마을주민들은 전쟁이 났다는 소식은 접했으나 "인민군이랑 원수진 일도 없는디 피란은 무슨"이라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들이닥친 미군은 마을을 비우라는 명령을 내린다. 영문도 모른 채 피란길에 오른 이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명령하고 위협하는 미군에게 떠밀려 노근리 경부선 철길 위로 내몰리게 된다.

1950년 7월 24일, 대문바위골 사람들이 노근리 철길 위로 내몰리던 그 순간, 미군 제1기병사단 제7기병연대에 "어떤 피란민도 전선을 넘지 못하게 하라, 전선을 넘으려는 자는 모두 사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철길을 따라 걷던 마을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전선을 넘었고, 그 순간 미군 전투기의 폭격과 기관총 세례가 그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군의 공격을 피해 사람들은 쌍굴다리 아래에 몸을 숨겼다. 잠시나마 공격을 피할 수 있어 안도했지만, 그 곳은 노근리 사건에서 가장 끔찍한 장소로 꼽히는 노근리 쌍굴다리였다. 그 곳에서 그들은 만 하루가 넘도록 미군의 기관총 세례를 받고 쓰러져 갔다. 공식 확인된 노근리 사건의 사망자는 135명, 부상자 47명 등이지만 이외 400여 명의 희생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작품은 민간인 학살이라는 참혹한 사건을 통해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문바위골 사람들처럼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항상 민간인들이었다. 이처럼 전쟁의 발발은 우리와 같은 민간인에겐 끔찍한 재앙이다. 재앙의 도래를 우리가 막을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달 25일은 노근리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인 한국전쟁 발발 63주년이 되는 날이다. 6월을 맞이해 인류의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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