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의 교육열로 인해 중·고등학교에 부는 치맛바람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 그런데 그 치맛바람이 대학가에까지 불어오고 있다.
'치맛바람'은 극성맞은 학부모를 빗대는 말로 자주 쓰인다. 요즘엔 '헬리콥터 맘'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헬리콥터 맘이란, 성인이 되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하게 되어도 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온갖 일에 참견하는 엄마들을 뜻한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시대적 흐름과 높은 교육열, 그리고 젊은 세대의 취업난과 맞물리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대가 기존에 있던 농생대 학부모회 외 모든 단대에서 학부모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학 학부모회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부모회에서는 주로 지도교수와 자녀의 교육·진로·취업 관련 상담을 하고, 교육환경을 살펴보는 일을 한다. 그러나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참여도 필요하다'는 의견과 '치맛바람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대학가의 치맛바람 논란은 지난 7월 개설된 고려대의 '학부모 성적 열람 시스템'으로 다시 한번 불거졌다. 고려대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2013학년도 1학기부터 학부모님께서 직접 인터넷으로 상시 자녀의 성적을 열람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학교 측은 신속한 성적 확인과 주소 변경 등으로 인한 성적표 분실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생의 자율성과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비난을 샀다.
아예 학부모를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여는 대학도 등장했다. 서강대와 서울여대는 신입생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장학제도와 동아리 현황, 취업 프로그램과 같은 대학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뿐 아니라 교수들과 따로 만나는 자리도 마련했다.
헬리콥터 맘들은 수강 신청 때문에 학교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교수에게 직접 성적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도 지난 학기 성적 이의를 제기한 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부모가 교수의 자택으로 직접 찾아 온 일이 있었다. 모 교수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며 "어엿한 어른이고 대학생인데 성적 문제로 부모가 교수의 집까지 찾아 올 줄 몰랐다"며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김민영(건축학 1) 학생은 "자녀들이 걱정되는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대학생은 자신이 하는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다"며 "지나친 간섭은 졸업 후 사회 생활을 할 자녀를 위해서 좋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부모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전문의인 우리 대학 박재홍(의학) 교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부모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해 자녀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며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확립돼야 할 자아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자아정체성을 계속 찾지 못한 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무가치감, 우울감, 불안 등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