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관리 비상, 9월 블랙아웃 비켜갈까?
전력관리 비상, 9월 블랙아웃 비켜갈까?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09.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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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볕만 바라봐도 무서울 정도로 더웠던 이번 여름. 예년에 비해 온도가 높아서라지만 꼭 높은 온도 탓만으로 돌릴 순 없었다. 올 여름, 은행과 대형마트는 더 이상 도심 속 피서지가 아니었다. 더운 길거리의 오아시스와 같던 문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상점들의 시원한 바람도 길거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규제를 마련해 전기 사용을 제재했고, 국민에게 절전을 읍소했다. 모든 공공기관은 냉방기 스위치를 내렸고, 국민들은 절전을 위해 냉방기 리모컨 대신 부채를 꺼내 들었다.

우리 대학도 정부 시책에 발맞춰 △피크시간(오전 10시~11시, 오후 2시~5시)대 전기 사용량 부하 변동률에 따른 의무감축 △실내온도 28도 유지(기숙사 주간 28도, 야간 26도·도서관 실내온도 최저 24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는 더위를 호소하는 학생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요구를 대학 당국이 들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절전은 법령에 의해 강제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내용을 어길 경우 1일 째 50만 원, 2일 째 100만 원, 3일 째 200만 원 등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우리 대학 건설과에서는 "우리 대학은 에너지사용합리화법에 의거해 대형 전기사용자로 분류돼 절전대상에 속한다"며 "대학의 의지와 상관없이 법으로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실내온도를 높이도록 규제된 상황이니, 학생들도 이를 이해하고 절전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민들은 덥다고 난린데 왜 정부는 절전을 촉구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블랙아웃에 대한 걱정과 우려 때문이다. 원래 블랙아웃은 군사 용어로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에 앞서 적의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선제적 핵공격 전략'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는 블랙아웃은 말 그대로 전력부족으로 인한 대정전으로, 사방이 암흑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 전기"

블랙아웃은 잠시 촛불 켜 놓고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정도로 가벼운 정전이 아니다. 블랙아웃의 대표적인 사례로 2003년 미국 동부 정전사태를 들 수 있다. 초고압 송전선로와 나무가 접촉하면서 일어난 누전으로 시작된 미국 동부 정전 사태. 처음에는 누전으로 인해 일부 설비만 고장 나 주변 일부 지역에만 정전이 발생했다. 하지만 정전 지역의 전력망 차단이 늦어지면서 정전지역은 점차 확산됐고, 결국에는 뉴욕 등 미국 동부 전체가 암흑에 휩싸이는 블랙아웃이 일어나고 말았다.

정전이 지속되던 3일 동안 신호등이 꺼져 지상교통체제가 완전히 마비됐고, 지하철이 멈춰서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정체에 시달렸다. 이를 악용해 택시기사들은 정상요금의 16배가 넘는 바가지요금을 요구하는 등의 행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정전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만 6조원이 넘었다. 이처럼 블랙아웃은 막대한 피해를 촉발하고, 복구에도 수일이 걸리므로 가히 재난이라 불릴 만하다.

흔히들 전기가 부족하다하면 그저 형광등이 어두워진다거나 TV화면이 흐려지는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사례에서 보듯 전기가 부족해지면 전력 시스템 자체가 마비된다. 우리 대학 최선영(전기공학) 교수는 "각 가정에 공급되는 상수도는 공급량보다 사용량이 많아도 물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일부 지역에 단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수도공급이 원천적으로 중단되지는 않지만, 전기는 다르다"며 "전기는 공급량보다 수요가 많아지면 생산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전력생산이 중단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생산설비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발전소에서 전선을 통해 공급되는 전기가 '직류전기'가 아닌 '교류전기'이기 때문이다. 교류전기는 정해진 주파수(진동)에 맞춰 전기가 흐른다. 우리나라는 220V의 전압을 60Hz(초당 60번의 진동)에 맞춰 공급한다. 전기 공급이 부족해지면 전기는 전체 전력량을 유지하기 위해 저절로 주파수가 떨어져 진동의 간격이 좁아지게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전자제품들이 60Hz에 맞춰 작동되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공급되는 전기의 전압이 60Hz에서 10~20% 이상 차이가 나면 전자기기는 동작을 멈추거나 고장나버린다. 이로 인해 정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전 이후다. 모든 전력망은 연결돼 있다. 일부 지역에서 전력공급량이 부족해 주파수가 떨어졌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전력망 전체의 전압과 주파수가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모든 전자기기들이 작동을 멈추게 된다. 전기는 공급되는 만큼 사용되지 않으면 흐름이 멈춰 버린다. 한 마디로 전력망 자체가 멈춰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전력망이 멈춰버리면 발전기에 전기가 공급되지 못하게 되니 전기 생산마저 중단돼 블랙아웃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복구에도 수일이 소요된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 대학 김문겸(전기공학) 교수는 "전력시스템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거대한 비선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블랙아웃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지점을 단시간 내에 찾기가 어렵다"며 "아직까지 지능화된 자동복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복구에도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까닭으로 복구에는 최소 3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러스트레이션=김수연 기자>

잘못된 수요 예측, 블랙아웃 위기는 필연

결국 블랙아웃은 전력이 부족해서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전력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발전설비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요는 지난 2000년 4,101만kw에서 2013년 7,652만kw(6월 기준)으로 약 1.8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설비용량은 1.7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정부가 전력기본계획 수립 시 전력수요 증가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6~2020년)에서 2012년 최대 전력수요를 6,712만kw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최대 전력수요는 7,599만kw에 달했다.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0년 전력 최대수요를 7,181만kw로 예상했다는 것에서 볼 때, 전력수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잘못된 계획을 바탕으로 발전소를 건립하고, 설비를 확충해 왔으니 지난해부터 이어진 블랙아웃 위기는 필연이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은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같은 대형발전소에 전기 생산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대형발전소 한두 개가 멈춰서면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터진 '원전비리사건'으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으니, 전력수급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원전비리사건으로 인해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가동이 멈춘 발전기들이 생산하는 전력의 합은 300만kw로, 100만~200만kw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 전력수급 상황에서 가뭄에 단비와 같은 전력 생산량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블랙아웃 문턱까지 이르렀던 경험이 있다.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 예고 없이 순환정전이 시행돼 전국 각 지역이 순차적으로 정전됐다. 이날, 정부는 전력수요가 낮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일부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고 정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폭염으로 인해 정부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전력수요가 발생했고, 예비전력이 100만kw 미만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순환단전에 돌입해 예비전력을 유지하여 블랙아웃에 돌입하는 것을 막았다.

이처럼 정부는 예비전력량에 따라 전력수급경보 단계를 나누고 각 단계별로 예비전력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두고 블랙아웃을 대비한다. 전력수급경보 '준비'(499만~400만kw)나 '관심'(399만~300만kw) 단계가 발령되면 절전규제, 에너지 사용제한, 산업체 조업조정 등 기본적인 전력수급대책이 시행된다. 전력수급경보 '주의'(299만~200만kw)가 발령되면 공공기관 약 2만 여 곳의 냉방기 가동이 중단된다. '경계'(199만~100만kw)가 발령되면 치안·소방·의료 등의 시설을 제외한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강제단전을 시행한다. 동시에 석탄발전기 28대가 최고 출력으로 가동돼 전력을 추가로 생산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되고 순환단전에 돌입한다.

우리 대학, 위기대응계획 수립

블랙아웃 발생 시 학내 구성원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승강기 가동중지로 인한 갇힘 사고다. 이에 우리 대학은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 확보와 긴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블랙아웃 대비 위기대응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일단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수립된 계획에 따라 우리 대학은 소방펌프 및 승강기 동력 이외의 모든 전원을 차단하고 비상발전기를 가동한다. 각 단과대학 규모의 독립건물 대부분에 비상발전기가 설치돼 있어 화재 발생 시 초동 대처가 가능하며, 멈춘 승강기의 재가동도 가능해진다. 각 건물별로 다르지만 대략 30~40분 내로 비상발전기 가동이 가능하다.

또한 정전으로 인해 승강기가 멈추면 내부에 갇힌 승객들을 신속히 구조하기 위한 구조대 편성도 이뤄져 있다. 구조대는 승강기 운용자격을 보유한 건설과 직원들로 구성돼 있어 신속한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대가 편성돼 있다 하더라도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교내의 모든 승강기가 동시에 멈추기 때문에 현 구조대 인력만으로는 즉각 구조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승강기가 멈추면 당황하지 말고 승강기 내부에 설치돼 있는 비상 인터폰을 이용해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승강기는 밀폐된 공간이 아니므로 질식할 위험도 없다. 그리고 승강기 문을 열고 탈출하는 것은 추락 우려가 있으므로 차분히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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