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비안느는 프랑스의 외곽 시골 마을에 초콜릿 가게를 연다. 사람들은 그녀가 만든 초콜릿을 먹고 맛에 놀라워하는 한편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한 영화 <초콜릿 Chocolat, 2000>의 일부 장면이다. 달콤한 마법으로 사람들에게 의욕을 불어 넣어주고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쇼콜라티에(Chocolatier)는 프랑스어로 초콜릿 장인을 뜻한다. 어원에 장인이라는 의미가 부여되는 만큼 그 역할이 단순히 초콜릿 기술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초콜릿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넓게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재배 과정부터 카카오 원두를 선별하여 가공하는 단계까지 모두 쇼콜라티에의 업무 영역이다.
올해로 쇼콜라티에 4년차를 맞는 김병래(44)씨는 승학캠퍼스 앞에서 초콜릿 공방 '초코지니'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디자인 계열의 직종에서 10여년을 일하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고심하던 끝에 쇼콜라티에를 택했다. 당시 부산에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없어 몇 개월 동안 서울에 올라가 초콜릿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힘들었지만 배우는 동안 아름다운 초콜릿을 만들고 완성하면서 만족감을 느꼈고, 내가 만든 초콜릿을 다른 사람이 먹고 즐거워하는 것이 행복했어요."
초콜릿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작업 공간은 대개 서늘하다. 쇼콜라티에는 여러 종류의 초콜릿을 혼합하거나 부재료를 첨가해 모양을 예쁘게 표현한다. 이런 과정은 어떤 초콜릿을 만드냐에 따라 제작 시간에 큰 차이가 난다. 완성된 초콜릿은 제작자의 개성에 따라 맛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쇼콜라티에의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영양학이나 제과제빵에 관련된 대학의 학과를 전공하거나 관련 사설학원의 수료증을 받아 쇼콜라티에가 될 수 있다. 유럽의 제과제빵 전문학교나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더 발달한 일본의 전문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초콜릿 전문점의 장인에게 직접 기술을 전수 받아 쇼콜라티에가 될 수도 있다.
그녀는 아직 한국 사람들의 초콜릿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 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유럽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특별한 기념일에만 초콜릿을 찾아요. 한국에서 초콜릿은 아직 보고 즐기는 일상적인 문화라기보다는 간식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외에도 초콜릿 재료의 경우 대부분 수입품이기 때문에 단가가 높은 것도 한 몫 한다. 아직 즐기는 단계가 아닌데 가격이 높으니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초콜릿 시장 매출규모는 △2009년 1,276억 원 △2010년 1,459억 원 △2011년 1,720억 원으로 점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또한 최근 초콜릿의 성분 중 폴리페놀은 포도주, 녹차보다도 함량이 높고 생리적 기능성이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처럼 초콜릿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초콜릿뿐만 아니라 음료, 기계장비와 조리 기구, 포장재와 같은 초콜릿 외의 상품까지 쇼콜라티에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의 예술적인 감각과 응용력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면 쇼콜라티에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