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통의 벽은 무너질 수 있을까
[데스크 칼럼] 소통의 벽은 무너질 수 있을까
  • 박근우 학보편집국장
  • 승인 2013.09.0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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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박근우 편집국장

"지금 당장 대통령을 데려와."

지난 7월에 개봉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한 장면이다.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 중이던 스튜디오에 걸려온 테러범의 전화 한 통으로 방송국 전체가 뒤집힌다. 수화기 너머 테러범은 자신을 30년 전 마포대교 보수작업 도중 일어난 사고 피해자의 친구라고 소개한다. 그는 당시 주·야간 할 것 없이 진행된 무리한 작업 때문에 자신의 친구가 죽었다고 말한다. 테러범은 마포대교를 폭파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 외쳤다.

요즘 대학가에는 학교 구성원들 간의 갈등의 외침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구성원들 간의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지난달 6일에는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에서부터 본관 앞까지의 지하를 파내는 대규모 사업에 반발한 교수평의회 소속 50여 명의 교수들이 총장실을 찾아 면담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들은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교수평의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학교 측 설계안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이를 지적하는 현수막도 두 차례나 설치됐지만,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철거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학내구성원들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총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불통(不通)'의 현장이다.

이는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난 학기 말부터 학제개편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불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진리 문예창작학과 학생회장은 "학제개편안 구성절차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모든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어려워 소속 교수들과 함께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에도 탈락한 지금, 당장의 대학평가에서 존폐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를 접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학생들은 학제개편이 끝난 뒤 통보받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학과 학생들조차 당장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시행될 학제개편 사항을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학보를 보고 있자니 유독 지난 학기 학보에 '소통의 부재'와 관련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축구부 특기생모집 중단과 관련해서도, 취업률을 신경 써 달라 현수막이 나붙던 그때도 모두 소통은 없었다. 늘 일이 진행되고 나서야 의도를 설명하며 이해해달라는 식이었다. 구성원들은 뒤늦게나마 사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전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마저도 취업이 바쁜 학생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 외치던 학생들은 어디 가고 이름뿐인 주인만 남았나.

우리는 앞서 말한 영화의 마지막이 시사하는 바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영화는 폭파로 붕괴된 방송국 건물이 대통령이 공식발표를 하고 있던 국회의사당 위로 떨어지면서 끝이 난다. 방송국뿐만 아니라 국회의사당도 함께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는 대학 구성원들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쪽이라도 소통에 금이 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든 구성원들에게 돌아간다. 지금이야말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절실히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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