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고함] 승강기를 대신할 걸음의 미학
[독자고함] 승강기를 대신할 걸음의 미학
  • 학보편집국
  • 승인 2013.09.02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맞은 개강에 어느덧 마음이 설렌다. 방학 동안 한산했던 학교는 이제 넘쳐나는 학생들로 활력이 넘친다. 1년 반만의 복학에 들뜬 발걸음이 강의실로 잘 향하다 로비층 승강기 앞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부민캠퍼스 종합강의동에서 한 번이라도 강의를 들어본 학생이라면 왜 멈췄는지 이해할 것이다.

2009년 종합강의동 건물 사용 이후 승강기로 인한 여러 가지 혼잡에 대해 말이 많았다. 사회대 강의동은 사회과학대학과 국제학부 학생들 모두 이용하지만, 건물에 설치된 승강기는 단 3대뿐이다. 전 층을 운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3대의 승강기 중 2대는 홀, 짝수 층으로 나누어 운행 중이다. 나머지 1대는 7층 이상만 이용할 수 있도록 운행되고 있다. 그래서 매학기 종합강의동은 혼잡을 넘어 승강기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층마다 서는 승강기에 한 두 차례쯤은 만원이 된 승강기를 보내야만 비로소 탈 차례가 돌아온다. 미리 타지 않으면 또 놓칠까 싶어 지하로 내려가 승강기를 먼저 타는 학생들도 있다. 이로 인해 만원이 된 승강기가 지하주차장에 도착하는 일 역시 부지기수다. 이때 열리는 문 반대편에서 당황스러운 표정의 교수님들을 마주할 때면 꽉 찬 승강기 안의 사람들도 민망하긴 마찬가지다.

5년째 이어지는 승강기 이용 혼란에 학교 측 역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완공된 건물에 승강기를 더 설치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기에, 운행방법을 놓고 여러 안을 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상시 승강기는 물론 승강기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장애인전용 승강기도 없는 지금의 실정으로는 그 이상의 방법이 없는 듯하다.

국제관이 건설된 이후 강의와 학생들이 상당수 분산됐지만 건물 안의 이동은 여전히 원활치 못하다. 따라서 승강기의 이용 혼잡은 앞으로도 매일 겪을 일상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꽉 채워진 채 쉴 새 없이 오르내릴 세 개의 안쓰러운 상자들, 그리고 그것들을 오매불망 기다릴 우리. 생각만으로도 벌써 지친다.
승강기를 기다리면서 열 내고 타면서 치고 치이는 상황을 줄이려 새 학기부터는 조금 부지런해지려고 한다. 잠깐의 편안함을 대신할, 매우 평범하지만 경제적인 방법인 '걷기'를 통해서 말이다. 실제로 저층 같은 경우는 계단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빠르다. 생각해보면 이는 온 사회가 노력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층을 이용할 다른 이를 위해서라고 해도 좋고 아니면 짧게나마 할 수 있는 실생활에서의 운동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한 우리들의 조그마한 노력들은 지난 학기보다 더 긍정적인 학교생활이 되게끔 할 것이다. 일단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아슬아슬함과 다른 학우들 보다 먼저 눈앞의 승강기를 타고야 말겠다는 욕심부터 버리자. 그리고 걷자. 다가오는 새 학기에는 층층마다 반가운 인사소리가 승강기로 인한 볼멘소리를 잠재웠으면 좋겠다.

강민영(정치외교학 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