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무지개 너머 다양성이 인정되는 세상
[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무지개 너머 다양성이 인정되는 세상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3.09.02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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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Rainbow - 주디 갈랜드
▲ 영화 '오즈의 마법사' 포스터.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무지개 너머 저 하늘 높이 어딘가에 옛날 자장가에서 들었던 아름다운 나라가 있어요)"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 OST로 잘 알려진 'Over The Rainbow'의 한 구절이다. 주디 갈랜드의 맑은 목소리와 동화 같은 가사가 함께 어우러져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 노래가 사실은 성소수자들의 송가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영화나 노랫말 속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아 다소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무지개색은 분홍색과 함께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깔이다. 게다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허수아비, 사자, 고철덩어리 등의 등장인물과 성소수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상의 약자들이라는 것이다.

성소수자들은 'Over The Rainbow'의 노랫말처럼 무지개 너머의 세상을 꿈꿨다. 그래서 그들은 주디 갈랜드의 음악을 사랑했다. 그런 그녀가 47세의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장례식이 열린 1969년 6월 28일, 미국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술집 스톤월(Stonewall)에서 게이들의 대대적인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같은 날, 경찰은 스톤월을 급습했다. 당시 스톤월은 주류면허증이 없었기 때문에 경찰의 기습단속은 흔한 일이었다. 통상 동성애자들의 모임은 경찰의 습격에 자연스레 흩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스톤월과 그 주변 지역에서 동성애자들의 시위가 일어났고 그 시위는 7월까지 이어졌다. 이후 게이들은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라는 성소수자 해방운동 기구를 조직하게 됐다.

스톤월 항쟁 후 1970년 6월 28일,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뉴욕에서 '게이 퍼레이드'라는 행진이 열렸다. 이후 '게이 퍼레이드'는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매년 6월 하순 즈음에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동성애자 해방의 역사에 전환점을 기록한 스톤월 항쟁은 전 세계 성소수자들에게 '용기'를 심어주었고 그들이 자신의 인권을 지켜내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차별 받으며 기약 없는 외로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If happy little bluebirds fly beyond the rainbow. Why, oh why can't I? (행복한 작은 파랑새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는데, 왜 나는 날아갈 수 없을까?)"라는 이 곡의 마지막 구절은 무지개 너머 그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없음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날지 못해 날아갈 수 없는 것일까. 날 수 있지만 무지개 너머 그들이 꿈꾸는 세상으로 날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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