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영화관] 광기의 화가인가, 시대의 화가인가
[미술관 옆 영화관] 광기의 화가인가, 시대의 화가인가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3.09.0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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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1885년 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짧은 일생 동안 우울증,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귀를 잘라 창녀에게 보내고, 가슴에 총을 쏘고 치명상을 입은 채 숙소로 돌아오는 등의 기행 탓에 사람들은 빈센트를 광기의 화가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보통 사람들을 화폭에 담은 화가였다. 지난 2010년 개봉한 영화<빈센트 반 고흐 : 말로 그린 그림 (Vincent Van Gogh : Painted With Words)>은 이러한 빈센트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비춘다.

빈센트는 '보통 사람들'을 주제로, 그리고 그들의 눈으로 작품을 그렸다. 그는 원래 목사가 되기 위해 영국과 벨기에의 광산촌을 오갔다. 그곳에서 그는 전도 활동을 하며 광부들에게 자신의 빵과 옷을 나눠줬다. 광부의 비참한 현실을 체험하기도 했다. 두레박을 타고 수백 미터 깊이의 수직굴을 내려가 일을 해봤다. 그때부터 빈센트는 광산노동자, 농민 등 하층민들의 고달픈 삶을 화폭에 담았다. 빈센트는 하층민들에 연민과 애정을 느꼈다. 그는 당시 유행한 사회주의 운동이나 혁명 노선에 투신하지는 않았지만 부르주아에 대항해 빈민과 노동자를 지원했다. 영화는 빈센트의 이러한 면모를 그리며 그가 광기의 화가가 아니라 철저히 시대를 살아간 한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1885년 그려진 <감자 먹는 사람들>은 이러한 배경에서 완성됐다. 그림은 노동을 끝낸 사람들의 식사 장면이다. 식탁 위에는 램프가 있다. 램프의 빛은 어두운 식탁 위를 따사롭게 감싸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 빛을 받으며 식탁에 놓인 감자를 먹는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빈센트가 붓을 든 지 4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그러나 아카데미식 교육을 받은 당시의 화가들은 작품 속 인물들의 긴 팔, 과장된 얼굴 표정, 어색한 비율 등을 지적했다. 빈센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 그림에서 예술의 전통적인 기준을 벗어나려 했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담고자 했다. 작품에는 "노동으로 인해 거친 손을 가진 이들이야말로 음식을 먹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한 빈센트의 생각이 드러난다.

영화 속 빈센트는 <감자 먹는 사람들>을 완성하고 나서 말한다. "있잖아, 난 정말 이런 작품을 그리고 싶었어." 그는 보기 좋은 농부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거칠고 궁핍한 농부 그림을 그렸다. 빈센트는 진정 보통 사람의 편에 선 사람이었다.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감자 먹는 사람들> 같은 작품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를 농민, 노동자 계급, 소외된 사람과 동일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빈센트의 불행했던 삶을 드라마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남긴 작품들은 애환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농부나 광부, 빈민들과 같은 보통 사람들을 다룬 작품들은 더욱 그러하다. <감자 먹는 사람들> 작품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우리는 빈센트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의 진면목을 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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