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있네~"
박물관이 "살아있네~"
  • 김민지, 김수연, 이영주 기자
  • 승인 2013.09.0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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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재 대학교 중 대학 내에 박물관을 갖춘 대학교는 우리 대학교를 포함해 경성대, 동의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여대, 신라대, 한국해양대까지 총 8곳이다. 그 중 우리 대학 박물관은 국보 2점과 보물 11점을 비롯해 총 3만 95점의 전시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소장품들은 가치와 규모가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부산의 관광명소로 급부상 중인 우리 대학 박물관의 매력은 무엇일까.

■ 건물 자체가 부산 근현대사의 중심

우리 대학 박물관은 문화재 속에 문화재가 전시되고 있다. 등록문화재 41호로 등록되어 있는 박물관 건물은 임시수도 대통령관저와 함께 대표적인 근대관청 건물이며, 르네상스양식으로 지어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5년, 경남도청으로 건립된 박물관 건물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 정부청사로도 사용됐다. 우리 대학 박물관은 1959년 11월 구덕캠퍼스에서 개관해 2009년 5월 부민동 캠퍼스 내 (구)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건물로 이전해 재개관했다. 이로써 고대 유물에서 현대 미술품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박물관이 됐다.
박물관의 현재 시설 규모는 연건축면적 4504㎡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고실, 도자실, 와당실, 불교실, 서화실, 민속실, 임시수도청사기록실 등의 진열실과 수장고(收藏庫)를 갖추고 있으며, 그밖에 세미나실, 자료정리실, 연구실, 보존처리실 등의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우리 대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3만 여점의 다양한 전시품 중에서도 그 가치가 남다른 전시품들이 있다. 박물관에 방문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전시품 베스트6을 준비해봤다.

◆ 대당사부잡상 (大唐師傅雜像)

- 대당사부는 몰라도 삼장법사는 알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으로 시작되는 TV만화 노래가 있다. 바로 중국 고전 <서유기>를 배경으로 한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애니메이션이다. 대당사부는 이 만화에 나오는 손오공, 저팔계와 함께 요괴를 퇴치하는 인물인 '삼장법사'를 이르는 또 다른 말이다. 잡상은 건물 지붕에 놓는 장식기와의 일종으로 대당사부잡상은 삼장법사로 유명한 당나라 승려 현장을 형상화한 것이다. 대당사부잡상은 박물관 2층 와전실에 전시 중이다.

 

◆ 초충도수병 (草蟲圖繡屛)

-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풀과 벌레
여기,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풀과 벌레들이 있다. 작은 풀과 벌레도 신사임당의 손을 거치면 멋진 작품이 된다. 시와 그림에 능한 예술가이자 율곡 이이를 키워낸 '슈퍼맘' 신사임당의 대표작 '초충도수병'이다. 초충도수병은 검은 비단에 색실로 풀·꽃·벌레·나비 등을 아름답게 수놓아 만든 8폭의 병풍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자수기법으로 만들어져 아름답고 섬세하며 사실적이다. 우리의 전통자수에 원색이 많고, 꼰 실로 수를 놓는 것에 비하면 다소 이색적인 작품이다. 풀과 꽃, 벌레, 나비는 몰랐을 것이다.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풀과 벌레가 될 것이라고는. 초충도수병은 박물관 2층 서화실에 전시되어 있다.

 

 

 

 

 

 

◆ 동궐도(東闕圖) - 조선후기 궁으로 통하는 길
스마트폰에 원하는 위치를 입력하면 길을 알려주고 근처 맛집도 알려주는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스마트폰도 찾을 수 없는 길이 있다. 과거 우리의 왕과 선조들이 걸었을 '궁'으로 난 길이다. 우리 대학 박물관에 가면 궁으로 통하는 길이 보인다. 바로 '동궐도'다. 동궐도는 조선후기 순조 연간에 동궐(東闕)인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각 및 궁궐전경을 조감도 식으로 그린 궁궐배치도다.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에 의해 제작된 장대한 크기의 궁궐지도는 국보 제249호로 지정되어 있다. 동궐도는 총 2점이며, 우리 대학 박물관과 고려대 박물관이 각각 1점씩 소장하고 있다. 궁궐의 모습은 궁궐 외곽의 경관까지 실제 배치에 따라 선명하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은 회화성보다는 궁궐 건물의 연구에 더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때문에 다른 평면도와는 달리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조선왕궁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왕궁의 건물 배치나 조원(造園)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 동궐도는 박물관 2층 서화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안중근 의사 유묵 - 조국의 앞날에 대한 한마디

1909년 10월 26일, 민족독립투사 안중근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여순 감옥에 수감됐다. 안중근 의사는 여순 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기다리던 중 많은 글씨를 남겼다. 이 중 한 점이 우리 대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소장된 유묵에는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이라 쓰여 있는데 이는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치라'는 의미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는 공통적으로 '대한국인 안중근 서'라고 쓴 서명과 함께 손바닥 도장이 찍혀 있다. 손바닥 도장의 4번째 손가락이 짧은 이유는 혈서를 쓰기 위해 손가락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조국의 앞날을 걱정한 안중근 의사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선을 조금 옮기면 만나게 되는 이준 열사 유묵도 함께 감상해 볼 것을 추천한다. 안중근 의사 유묵과 이준 열사 유묵은 2층 서화실에 전시 중이다.

◆ 전차 - 전차의 마지막 정거장 '부민캠퍼스'

"이번 정거장은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부민캠퍼스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부산에 아직 전차가 다닌다면 전차에서는 이런 안내방송이 흘러나올 것이다. 부산 전차는 국내에서 유일한 근대 미국 전차로 길이 14m, 높이는 상부 집전장치를 제외하고 3.2m, 폭은 2.4m이다. 두 명씩 앉을 수 있는 24개의 의자와 입석을 포함해서 100명 정도 탈 수 있다. 전차는 한국 전쟁 복구과정 중 미국 정부 기관인 국제조합연맹의 무상원조를 통해 도입됐다. 1898년 처음으로 청량리∼서대문간 운행을 시작했으며, 부산 및 평양에도 개설되었으나, 1969년 자동차에 밀려 모두 폐기됐다. 1968년, 전차운행이 중단되자 우리 대학 설립자인 고 정재환 박사가 (주)남선전기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현재 부민캠퍼스에 전시돼 있으며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탑승이 가능하다. 개인의 경우 월~토요일 오후 1~2시 부민캠퍼스 박물관에서 무료 시승권을 받은 후 탑승이 가능하며, 단체는 인터넷 및 방문접수를 통해 탑승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근대전차 3대가 남아있다. 2대는 일본전차로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서울과학관에 전시되어 있고 미국전차는 우리 대학교 전차가 유일하다.

◆ 전(傳) 순정효황후 주칠 나전가구

- 조선 마지막 황후의 가구
지난달 21일, 우리 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제277호 '순정효황후 주칠 나전가구' 일괄이 문화재청의 중요 민속 문화재로 지정됐다. 순정효황후 윤씨는 조선왕조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황후다. 순정효황후가 사용한 '주칠 나전가구'는 총 4점으로 주칠 나전의걸이장 2점과 주칠 나전삼층장 1점, 주칠 나전침대 1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나전침대는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침대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구는 순정효황후를 모신 상궁의 지인이 보관하던 것을 1981년도에 우리 대학교 박물관이 구입,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보존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우리 대학 박물관을 견학 중이던 일본 교류학생 이가라시 유마(20)는 "황후가 사용했다는 침대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대학 내에 그것도 굉장히 가까운 위치에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무엇보다 관심과 자부심이 필요한 때

우리 대학 박물관은 종합박물관으로서 그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전체 이용객 중 초·중·고생의 이용 비율이 가장 높은 이유도 박물관과 건물 모두가 근현대사의 산실인 산교육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인터넷 체험학습 신청 또한 1분이면 마감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대학 학생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2009년 박물관 개관 이후 우리 대학 학생들의 박물관 이용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2012년 그 발길이 급격하게 뜸해졌다. 2011년 전체 이용객 3만 4,813명의 25%를 차지하던 본교생 방문 비율은 2012년 전체 이용객 4만 3,708명의 12%를 차지하면서 방문 횟수가 급감했다. 전체 이용객 수는 만 명 정도 증가한데 비해 우리 대학 학생의 발길이 뜸해진 이유는 뭘까. 지난달 20일 박물관 관람이 처음이라는 오용곤(패션디자인학 3) 학생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볼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전시품들을 설명해주는 콘텐츠들이 다소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흥미를 갖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박물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이렇듯 박물관이 갖는 학구적이고 딱딱한 이미지가 학생들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일지 모른다.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박상구(고고미술사학 3) 박물관 근로학생은 "열람실이나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가득하다. 취업준비로 바쁜 학생들이 박물관을 찾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박물관을 찾는 이들의 방문목적은 박물관 소장품의 개수만큼 다양하다. 때문에 박물관이 모든 관람객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박물관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곳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심과 자부심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박물관이 정작 소속 학생들에게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 대학 박물관 박창열 학예연구사는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계기로 우르르 몰려와 박물관을 관람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대학생 정도의 지성이라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전시품들을 선별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 내에 상설전시가 이루어지는 종합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전했다.

한편, 박물관은 매학기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으니 공익을 위한 봉사, 우리역사·문화의 이해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신청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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