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대학가를 대상으로 '출판물 합동단속'이 이뤄졌다. 대학가 출판물 합동단속이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와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의 불법 저작물 근절 대책의 일환이다. 합동 단속으로 인해 우리 대학교 교내 복사업소에서 적발된 불법 복제물들은 전량 수거·폐기됐다.
불법 복제는 합동 단속으로 인해 지난 2011년,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문광부는 지난해 상반기 6주간 신학기 대학가 출판물 합동단속을 실시해 총 252건, 9,151점의 불법 복제물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단속은 전국 대학가 1,300여 개 복사업소를 대상으로 시행했으며, 전년 대비 불법복제 건수는 10.5%, 불법복제물 개수는 23.2%로 증가했다.
이처럼 불법 복제가 증가하는 원인은 학생들에게 부담되는 전공서적 가격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 전공 서적을 제본했다는 권태훈(국제무역학 2) 학생은 "비싼 전공 서적의 경우 몇 만 원씩 하는데 한 학기 쓰고 마는 책을 전부 구입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자연대의 한 학생은 "교양 서적은 강의 시간에 부분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책값이 아까워 제본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공 과목에서 원서를 쓰다보면 번역본이 필요한데, 책값이 비싸 모두 사지 못해 번역본은 복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광부는 매 학기 반복되는 불법 복제물 문제의 대처 방안으로 '수업 목적 이용 저작물 보상금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사용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공표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 목적 이용 저작물 보상금 제도가 도입된다면 교육을 위한 경우에는 저작권자 사전 허락 없이 저작물을 우선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후에 교육기관이 한국복사전송권협회에 저작권료를 보상금의 형태로 내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경우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보상금 기준에 따라 학생 1인당 연간 3,132원을 내야 한다. 이에 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 등 6개 대학은 "초·중등학교와 동일한 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기관이란 이유만으로 무상이용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법원은 문광부의 손을 들어줬다.
저작권 문제와 가격부담이 맞물리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중고서적이 환영 받고 있다. 인근 부산대의 경우 비싼 서적비 부담 때문에 중고 서적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 2007년부터 총학생회와 부산대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힘을 합쳐 매년 '책 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책 벼룩시장'에서는 학생들에게 해당 학기의 전공 서적 및 교양수업 교재를 비롯해 각종 수험서를 접수 받아 벼룩시장을 통해 판매한다. 가격은 판매자의 희망 가격으로 하되 원가의 50% 이하로 책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부산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기당 400여 권이 신청접수될 정도로 참여율이 높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에서는 학교 홈페이지의 벼룩시장 게시판과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통해 중고서적을 구할 수 있다. 경영대 김 모 학생은 "비싼 서적의 경우 헌책방 골목에서 가끔 책을 구입한다"며 "잘만 고르면 필기가 잘 된 깔끔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