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고함] 연체된 양심
[독자고함] 연체된 양심
  • 학보편집국
  • 승인 2013.10.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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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학기의 목표들을 세우곤 한다. 그 중에서도 어학성적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필자도 얼마 전 경제관련 자격시험을 대비해 관련도서를 대출하러 도서관에 갔다. 부민캠퍼스 국제관에는 무려 6개 층으로 구성된 부민도서관이 있다. 여기에는 책을 대출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들이 있다. 그룹 스터디실, IPTV존, 컴퓨터 이용은 물론, 노트북 전용 열람실까지. 가기만 한다면 공부가 저절로 하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의욕을 꺾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다른 전공서적이나 문학과 같은 장르에 비해 자격증 관련 책들은 유난히 '엉망'이다. 문제집은 이미 문제를 푼 흔적으로 답지가 되어 있고 이론이 설명된 원서들은 이미 누군가가 요약을 해 줄이 그어져 있다. 누군가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방해가 되는 것이다.

학기 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 있는데 도서관에 빌리러 가면 이미 대출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문제는 대출 기한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반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은 기다리다 그 책을 구입한 적도 있고 먼 길을 돌아 다른 시립도서관에서 빌리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한 이유를 문화지체 현상과 관련하여 생각해봤다. 물질문화는 쉽게 발전하는 반면 비물질 문화는 제도, 관념, 의식, 가치관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빠르게 발전하지 못한다. 이처럼 물질문화와 비물질 문화 간의 변동속도 차이로 나타나는 부조화현상을 문화지체현상이라고 한다. 부민도서관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깔끔한 환경과 수많은 서적과 같은 물질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그만큼 비물질 문화인 학생들의 의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 규정에 대출도서에 대한 연체료와 훼손 시 보상에 대한 내용은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책을 누가 찢어갔는가, 누가 더럽혔는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가 어렵고 일부분이 훼손되었을 때에는 책임을 묻기가 힘들어 이러한 빈틈을 학생들의 양심과 책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책을 소중히 다루고, 제 기한에 맞춰서 반납하는 기본적인 사항만 지키더라도 깨끗한 책과 좋은 환경에서 얻게 되는 자격증의 성취감은 아마 두 배가 될 것이다.

구태현(정치외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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