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과제와 씨름하는 소리가 들린다.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어김없이 과제가 쏟아졌다. 과제에 앞서 교수님이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출처'를 반드시 밝히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출처를 쓰려고 보면 여기서 복사하고 저기다 붙여놓다 보니 어디서 어떻게 가져온 자료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차피 학교 과젠데, 출처를 꼭 밝혀야 할까?'라는 유혹에 사로잡힌다.
대학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문지식은 물론 기본 교양을 갖추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양과목으로 한 학기에 걸친 글쓰기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사고와 표현'이라는 수업을 통해 글쓰기와 관련한 기본적인 교양은 물론 논문을 인용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도 가르치고 있다.
1학년 1학기, 사고와 표현 강의에서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하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자료는 사용해선 안 된다'고도 배웠지만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과제 점수를 제한다며 교수님이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출처를 속이고 과제를 제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미처 못 적은 것인지, 안 적은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인용에 관한 학생들의 인식이 심각한 수준임에는 틀림이 없다.
올해로 68년째를 맞는 연세대, 고려대 간의 연례행사인 '고연전(연고전)'을 앞두고 포스터 무단도용 논란이 발생했다.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멤버 윤덕원씨가 지난달 24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고대 기계공학부 학생 분들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존중하는 법에 대해서 과외 좀 받으셔야겠습니다'라는 글을 게재한 것이다. 논란이 된 포스터는 고려대 기계공학부 학생회에서 제작한 것으로, 브로콜리 너마저의 EP앨범 [1/10] 재킷 사진을 무단 사용해 제작한 것이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학생회에서는 다음날인 25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는 "학생회 페이지에 게시되는 콘텐츠들이 기타 출판물이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한번 읽고 넘기듯 가볍게 운영되는 탓에, 저작권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사실입니다"라는 말을 전했고, 브로콜리 너마저 측은 이를 받아들여 "앞으로 이와 관련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우리는 저작권이나 표절에 관해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앨범재킷은) 디자이너가 반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브로콜리 너마저' 매니저의 말처럼 재킷 사진은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반년 혹은 그 이상의 고민과 노력 끝에 내놓은 결과물을 우리는 클릭 한번으로 손쉽게 해결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했다. 출처하나 인용하나 밝히는 것을 소홀히 하면 어느 글쓰기에서든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