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取)중진담] 무스펙 채용의 불편한 진실
[취(取)중진담] 무스펙 채용의 불편한 진실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10.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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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민 기자

 올해 하반기 기업 공개채용 경쟁은 치열했다. 공개채용 시행 이래 사상 최고 경쟁률을 달성한 기업이 속출했으며, 대기업들에는 수십만 명의 구직자가 몰려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이로 인해 취업준비생들은 더 많은 '스펙'을 쌓고자 오늘도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간다.

취업준비생들이 스펙 쌓기에 열중하다보니 토익성적은 기본적으로 900점을 넘어야 하고, 서너 개의 자격증은 갖춰야 지원서를 낼 수 있다는 '스펙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이는 좁아지는 취업문으로 인해 점점 심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성됐고 그 결과로 '무스펙 채용'이라는 채용정책이 나왔다. 보편적으로 취업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 인턴경험, 나이 등의 스펙을 채용 평가 기준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의 귀가 솔깃할 만한 내용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시행돼 온 채용방식보다 더 낫다고만은 할 수 없다.

기업들은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스펙 대신 '경험과 열정'으로 지원자를 선발해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선 경험과 열정은 '준비해야할 또 하나의 스펙'일 뿐이다. 기업들은 지원자들에게 경험과 열정을 계량할 수 있도록 동아리활동, 체험활동, 공모전 입상경력을 요구하며, 오디션과 비슷한 방식을 통해 지원자를 선발한다. 게다가 기존 스펙들의 준비 방법은 어느 정도 규격화돼 있는 반면, 경험과 열정을 표현하기 위한 각종 경험과 수상내역은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막막해 더욱 부담스럽다.

더 큰 문제는 무스펙만으로 채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모 은행은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는 무스펙 채용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4분간 자신의 강점과 잠재력을 자유롭게 홍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채용프로그램의 지원자들에겐 서류전형 우대 혜택을 주는데 그쳤다. 무스펙 채용을 실시하는 많은 기업들은 서류전형에만 무스펙 전형을 한정하거나, 무스펙 채용을 하면서도 기존의 스펙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결국, 기존 스펙 준비는 기본이고 무스펙 채용을 위한 스펙까지 준비해야하는 셈이다. 게다가 동아리 활동, 공모전 입상 경력은 어학성적이나 자격증보다 구비하기 더 까다로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스펙 형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만큼 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면밀한 검토를 통해 어떤 능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지 분석한 뒤 명확한 기준을 개발해 취업준비생들에게 제시함이 어떨까. 기업은 자신의 기업에 최적화된 인재를 찾아 재교육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어 좋을 것이고, 취업준비생들은 수고와 시간을 덜어 취업준비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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