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우리끼리'의 벽을 부순 검은 외침
[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우리끼리'의 벽을 부순 검은 외침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3.10.07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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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Korea - 아이스 큐브
▲ 'Black Korea'가 수록된 아이스 큐브의 앨범 재킷.

미주한인사(史)가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했다. 한인 미국 이민은 1902년 하와이 설탕재배협회와 대한제국 정부의 이민협정을 통해 시작됐다. 19세기 후반 미국 남북전쟁 후 하와이 내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농장주들은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극동으로 눈을 돌렸다. 각국에서는 하와이에서 미국달러로 임금을 지불한다는 포스터를 통해 하와이 이민 노동자를 모집했다. 구한말의 혼란 속에서 한인들도 풍요의 땅, 미국으로 향했다.

하와이에서의 생활은 참혹했다. 노예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먹을 것은 항상 부족했다. 이민자들 중 일부는 더 나은 임금을 위해 LA, 뉴욕 등 미국 본토로 진출하기도 했다. 미주 한인들은 미국 각지에서 기반을 세우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미국 내 인종이 다양한 만큼 여러 갈등과 다툼이 있었고 한인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다민족사회인 미국에서 한인이 집단 폐쇄성과 배타성을 내세운 것이 화근이었다. 1988년 8월 27일 브루클린 한인 청과상점사건을 계기로 한인에 대한 흑인의 부정적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청과상 주인이었던 한인이 흑인노파를 폭행했고 사건이 있은 지 이틀 만에 그 노파가 죽었다는 소문이 흑인사회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로 인해 한인 상점에 대한 불매운동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됐다.

그 후 1991년 3월 16일 슈퍼마켓 한인 주인이 물건을 사려던 죄 없는 흑인소녀를 도둑으로 오해해 살해한 '두순자 사건'이 발생하자 한인사회와 흑인사회 간의 감정이 점차 악화되었다. 그러던 1991년 10월 31일 미국 흑인 랩퍼 아이스 큐브의 'Black Korea'가 발표됐다.

"Juice with the people, that's what the boy got. So pay respect to the black fist. Or we'll burn your store, right down to a crisp.(우리가 가진 건 힘이 넘치는 사람들. 그러니 검은 주먹에 경의를 표해. 안 그럼 우린 너희 가게에 불을 지르고 태워 버릴 거야.)" 아이스 큐브의 노래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한인의 반감을 샀다. 하지만 한인에 대해 흑인들이 가진 인식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1992년 4월 29일, 로드니킹 사건(1991년 3월 2일 로드니킹이라는 흑인의 음주운전을 백인경찰관들이 과잉 진압한 행위)에 대해 백인 경찰관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흑인들이 분노해 LA 흑인폭동이 시작됐다.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계속된 LA 흑인폭동은 사망자 58명, 부상자 2,382명 그리고 8,000건 이상의 방화로 1만 6,000개의 상점이 파괴되어 7억 6,000만 달러 상당의 피해를 냈다. 전체 피해액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억 달러의 피해는 한인 몫이었다.

당시 대다수 한인들이 미국의 백인주류에 합류해야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흑인 사회 공동체적 행사 참여나 기부 등 미국사회에 형성된 기본적인 사고구조를 갖지 않았던 것이 이 사건의 바탕에 있다. 또한 한인 역시 미국 내의 소수민족이면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인들은 LA 흑인폭동을 통해 다원화된 지구촌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제적인 이익보다 다른 문화, 이념을 지닌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한국도 다양한 민족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며 살아가는 요즘 'Black Korea'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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