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무조건 미워하지 마세요
방사능, 무조건 미워하지 마세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3.10.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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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식사 메뉴를 고를 때 가장 큰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방사능'이다. 일본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사람들이 해산물을 먹기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대기 중 방사능만 측정 가능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먹거리 속 방사능을 측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일본 정부가 정보를 숨긴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도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할 때다. 사람들은 방사선이 인체에 무시무시한 해를 끼친다는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방사선은 새로운 재앙이 아니다. 그 양이 문제였을 뿐 지금껏 우리 일상에 존재하던 것이다.

▲ 방사선은 지금껏 우리 일상에 존재하던 것이었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해 이해하고자 뉴스나 정부 차원의 설명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하지만 방사능과 방사선을 동일한 개념으로 보는 사람들도 태반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방사선'은 대체 무엇일까. 세상은 원자로 이뤄져있다. 물리시간 귀 아프도록 배웠듯 원자의 중심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이 위치하고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율에 따라 안정한 원자핵과 불안정한 원자핵으로 나눠진다. 불안정한 원자핵은 안정된 원자핵으로 바뀌기 위해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X선, 전자, 중성자 등을 내놓는데, 이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이 바로 방사선이다. 방사선의 이름은 발견된 순서에 따라 붙여졌다. 방사선은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가 내놓는 전자기파보다 에너지가 훨씬 크고 위험하다. 자연에서는 이처럼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가 입자나 에너지를 내놓으며 안정된 원자로 변환되는 과정인 '방사성 붕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방사선'이 불안정한 원소가 안정한 원소로 변하면서 남는 에너지를 방출할 때 나오는 일종의 빛이라면, '방사능'은 방사선을 내놓을 수 있는 성질 혹은 능력이다. 전등에 비유하자면, 전등이 발산하는 빛은 방사선이고, 방사능은 전등이 빛을 내는 성질 혹은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방사선이 우리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는 것이다. 최근 고가의 방사선량 측정기를 구매해 곳곳을 측정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측정해 봐도 밀리시버트(mSv)나 나노시버트(nSv)와 같은 어려운 용어들만 보인다. 방사능과 방사선은 의미가 달라 그 양을 표시하는 단위도 다르다. 전등의 소비전력은 와트(W)로 표시하는데 반해, 그 빛의 세기는 럭스(lx)로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사능의 단위로 사용되는 베크렐(Bq)은 물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방사능의 세기를 나타낸다. 베크렐은 단위 시간(1초)당 방사선의 개수로 나타내는데, 예컨대 1베크렐은 1초당 1개의 방사선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방사선은 그 종류와 인체 내 각 장기의 방사선에 대한 민감도 등을 고려한 시버트(Sv)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시버트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즉 피폭 정도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는 대상 물체의 중량을 포함하여 kg당 베크렐(kg/Bq)로 표현한다.

빠질 수 없는 이름, 베크렐과 퀴리

방사능의 강도를 나타내 최근 뉴스에도 많이 등장하는 베크렐은 최초로 방사능을 발견한 물리학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 1852~1908)은 지금의 카메라 필름과 비슷한 사진 건판을 서랍 속에서 꺼내다 놀랐다. 사진 건판은 빛을 받은 부분이 화학작용에 의해 검게 변하기 때문에 검은 종이에 싸뒀는데, 멀쩡했던 사진 건판이 빛에 노출된 듯 검은 무늬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검은 종이로 싼 사진 건판 위에 '우라늄 광석'을 놓았을 때 빛을 쪼인 것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을 통해 우라늄 광석에서 끊임없는 방사선이 방출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연방사능이 인류의 역사에서 최초로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베크렐이 최초의 천연방사성 원소인 우라늄을 발견한 지 2년 만에 퀴리 부부(Pierre Curie, Marie Curie) 또한 '토륨(Th)'이 우라늄처럼 방사선을 끊임없이 방출해내는 것을 확인하고, 방사선을 뿜어내는 능력을 '방사능(Radioactivity)'이라 명명했다. 토륨도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을 발견한 퀴리 부부는 더 강한 방사성 물질을 분리해내고자 밤낮으로 노력했다. 독한 연기를 환기시킬 굴뚝도 없는 연구실에서 자신들의 전 재산을 쏟아 부어 연구한 결과, 이들 부부는 라듐(Ra)과 폴로늄(Po)을 발견했다. 이후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퀴리부인은 홀로 연구를 계속해 순수한 금속 라듐의 분리에 성공했다. 마리 퀴리는 암 치료와 같은 다른 학자들의 연구를 위해 라듐의 분리과정에 대한 특허도 신청하지 않았다. 당시 라듐은 암 치료와 같은 의학용으로 주로 쓰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퀴리부인은 라듐의 방사성 붕괴에서 나오는 라돈(Rn)을 치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춰 부상병 치료에 전념했다.

방사선의 큰 에너지는 현재까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라늄(U) 원자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분열을 일으키고, 핵이 분열하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로 발전시키는 원자력 발전소를 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뇌의 PET영상이나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도 흔한 얘기가 됐다. 방사성 원소를 인체에 주입해 의도적으로 핵반응을 일으켜 인체 내부 생체변화를 진단하고, 방사능 입자의 파괴력으로 절제술도 향상됐기 때문이다.

퀴리부인은 방사선이 의료용으로 쓰이길 바랐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원자폭탄에서 새어나온 방사능 물질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사람들 머릿속에 방사능은 위험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마리 퀴리 또한 방사선을 발견하고 활용하고자 일생을 바쳤지만, 연구 도중 장기간 방사선에 노출돼 빈혈로 사망했다.

▲ 지금도 당신은 방사선을 쬐고 있다.

지금도 당신은 방사선을 쬐고 있다

방사선은 우리 주위 어디에든 존재한다. 공기 중에도, 땅 속에도, 심지어 바나나 하나에도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우리는 땅으로부터 연간 0.4mSv, 공기에서 1.3mSv, 음식물 섭취로 0.35mSv, 그리고 우주로부터 0.35mSv 등 자연으로부터만 1년에 평균 2.4mSv의 방사선(자연방사선)을 받고 있다. 이 외에 병원에서 가슴에 엑스선 촬영을 한번 하게 되면 0.05mSv의 방사선을 더 받게 된다'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 나라별로 평균 연간 자연방사선량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 평균 연간 자연방사선량인 2.4mSv보다는 높은 3mSv의 자연방사선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 등의 특정지역에서는 일반 지역의 10배 이상의 자연방사선을 받는 곳도 있다.

방사선이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인공방사선'을 이용한 원자폭탄이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들을 쏟아내면서부터다. 하지만 자연방사선이나 인공방사선 모두 그 양이 문제일 뿐, 학계에서는 정해진 기준치 이상만 취하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방사성안전전문가포럼에서 발행한 「방사능 무섭니」에서도 '자연방사선이건 인공방사선이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건강상의 영향은 방사선에 의해 전달받은 에너지의 총량이 얼마냐에 달려 있지, 인공방사선이라고 해서 특별히 자연방사선보다 위험이 더 크고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공방사선만 위험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인공방사선에 의해 1년간 일반인이 받는 방사선량을 1mSv로 제한하는데 반해, 자연방사선의 경우 인공방사선의 3배에 달하는 3mSv를 받고 있다.

해산물, 정말 먹어도 괜찮아?

이쯤 되면 우리의 식단에 해산물을 올려야할지 말아야하는지 궁금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답하자면 '먹어도 된다'. 우리 대학 노태익(신소재물리학) 교수는 "식약청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 수입되기 때문에 해산물을 먹고 피폭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100mSv 이하에 노출될 경우 암 발생 확률이 0.5% 이하로 떨어져 그 원인이 방사선 때문이라고 규명할 수 없을뿐더러, 일반인이 경험하기도 쉽지 않은 양이다. 노 교수도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1,000명 당 12명인데 반해 1mSv의 방사선을 원인으로 사망한 수는 0.05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방사능은 에너지와 파괴력이 큰 존재이니만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 살상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우주의 근원을 밝히거나 꿈의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노태익 교수는 방사선의 양면성에 대해 "방사선은 불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불을 잘못 관리하면 화재로 큰 피해를 입지만 불을 사용할지 말지를 논하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일반인이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기 힘든 만큼 정부와 시설 관리자들은 투명한 관리와 동시에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하고, 일반인들도 정부를 믿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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