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어로 본 음악, "꼽표가 보이십니까?"
[기고] 언어로 본 음악, "꼽표가 보이십니까?"
  • 학보편집국
  • 승인 2013.11.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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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교수 실용음악학

 "여보세요? 자, 뒤편의 파워를 껐다 다시 켜시고, 화면에 '꼽표'가 보이죠?" // "아, 아니요." // "흠…그럴 리가… 자, 다시 한 번 해 볼게요. 이제 '꼽표'가 보이죠?" // "아, 아니요…." // "휴…보여야 하는데? 다시 한 번 해보시죠. 보입니까?" // "아…아, 아니요." // 그렇게 십여 분이 흘렀다. "(격앙되어) 마지막입니다! '꼽표' 보입니까?" // "(거의 흐느끼며) 흑흑…정말 '꽃'은 없어요. 엑스(X)표 밖에 없어요… 정말이에요. '꽃'은 없어요…흑흑…." // "……."

부산에서 자라 서울에서 응급실용 의료기 엔지니어로 일하던 친구의 잘못일까. 아니면 응급실 간호사의 잘못일까. 이렇게 언어는 단순히 외형적인 것 뿐 아니라 그 의미에 있어서도 전달자와 듣는 이 혹은 해석자의 생각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때론 의학에서의 '○○증후군' 등과 같이 주어, 동사, 목적어 등이 생략 되고도 단 하나의 단어로 많은 현상을 설명하고 정의 내리게 하기도 한다. 언어의 이러한 특징은 인간과 어떤 방법으로든지 연계되어있는 모든 물리적(Physical), 논리적(Logical) 그리고 감성적(Emotional) 요소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도 이와 같이 물리적, 논리적 그리고 감성적인 요소들을 배경으로 각각의 무게감과 균형을 바탕으로 그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하나의 '언어'다. 음악의 논리에도 화성학이라 불리는 의미를 동반한 패턴 즉, 문법이 존재한다. 또한 일반 언어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표현 욕구를 음악적 문법을 통해 정제시켜 그 표현 기법을 다듬는다. 흘러가는 시간을 일정한 패턴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 '리듬' 즉, 음악의 물리적 언어일 것이고 그 나눔에 단위를 붙인 것이 흔히 아는 박자표이다.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관한 선택의 결과물은 음악인의 감성에 의해 결정이 되고 곧 대중과 그것을 나누는 것이다.

혀 짧은 강도가 "야! 꼼딱마…!" 라고 위협을 가했을 때 "아이 깜딱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적잖게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서로의 언어표현에 물리적 제약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두렵다', '실패다' 등의 표현은 지극히 감성적이고 사람에 따라 때론 물리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차분히 논리에 근거하여 생각해보면 '왜?'라는 명제가 생기고, 통찰을 통해 두려움의 자리에 '용기'가, 실패의 자리에 훗날 성공의 자양분이 될 '경험'이 들어서는 것을 보게 된다. 이처럼 언어의 왜곡을 최소화하려면 물리, 논리 그리고 감성적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한다. '사랑'처럼 논리보다 감성적 요소가 커 경중이 나누어져야 할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 전체 질량은 같아야 할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하나인데 논리적으로 두개의 역할을 해 그 연산능력을 증가시킨 '듀얼코어(Dual Core)'라는 CPU가 컴퓨터를 지배하고, 논리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구글'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통신장비 등으로 연합군의 승리에 힘을 더했던 물리 기반의 하드웨어 회사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가난하고 질병에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며 신에 대한 모든 논리를 잠시나마 뒤로 하고 그저 인간 본연의 감성에 의존하여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라고 반문했던 테레사 수녀의 이야기 등은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주는지 생각하게 된다.

음악인은 물리적인 연습과 연주, 체계적인 이론 그리고 감성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자기 자신, 혹은 대중과의 감성적 왜곡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그 예로 음악학도에게 아무런 대안 없이 내뱉은 "너의 음악에는 영혼이 없어!"라는 말은 감성에만 포커스를 둔 일종의 편협한 비판이 될 수 있다. 이는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을 배경으로 물리적인 연습방법의 변화, 이론의 재해석 등을 통해 비로소 새롭고 깊은 감정의 표현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감성으로만, 혹은 논리와 이성으로만, 혹은 물리적인 어떤 것으로만 서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그것이 혹 "꼽표가 보이십니까?" 라는 물음과 똑같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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