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영장을 받아든 그대에게
[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영장을 받아든 그대에게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12.09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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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편지 - 김광석
▲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故김광석.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기가 막을 내리고 방학에 들어간다. 대부분은 즐겁게 방학 계획을 세우겠지만 기말고사가 끝나는 12월 23일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집 떠나 열차타고 훈련소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대를 앞둔 이들이 꼭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김현성이 작사·작곡하고 김광석이 불러 유명해진 '이등병의 편지'다.

입대의 대표곡 '이등병의 편지'는 입대를 앞둔 이와 부모님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다. 1절의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라는 구절은 예비역들마저도 울컥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너무 우울하다는 이유로 한때 방송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등병의 편지'는 북한에서도 '떠나는 날의 맹세'라는 제목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만큼 입대에 대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인데, 이는 작곡가 김현성이 입대하는 친구를 서울역에서 배웅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입영영장을 받아든 대한민국 남자들은 왜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우울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입대를 앞둔 성인남자 대부분은 어린 시절 "내가 커서 군대 갈 때쯤이면 통일이 돼 군대 갈 일은 없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여기에 답이 있다. 한국전쟁 때문에 도입된 징병제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징병제는 다른 말로 '국민개병제도'라 한다.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일정한 연령에 달한 남자 모두가 군무(軍務)에 임해야 하는 의무 병역제도를 의미한다. 국민개병제도를 유지하는 까닭은 유사시 국가의 젊은이들을 군인으로 전환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남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인재를 병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쟁 중이거나, 전쟁이 발발할 우려가 높은 이스라엘, 북한,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국민개병제도 도입국가다.

우리나라의 국민개병제도는 1949년 8월, 병역법에 의해 처음 시행됐지만, 당시에는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원조 없이 군대를 유지할 경제력이 부족했던 까닭에 1950년 3월 지원병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수세에 몰린 우리 정부는 전시동원체제를 갖추고 성인 남성을 소집하거나 강제징집하기 위해 국민개병제도를 부활시켰고, 지금까지 국민개병제도가 이어지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로 우리나라 입대예정자들은 '그 날'이 다가올수록 인생이 끝나는 듯한 초조함을 느껴왔다. 하지만 예비역들이 말하길 "두 번은 못가겠지만 한 번은 갈 만 하다"고들 한다. 또 다녀와서 철이 드는 사람도 많단다. '이등병의 편지' 후렴구가 매 절 강조하듯 입대는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 큰 전환점이며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므로 한숨이 나올 때마다 후렴구,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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