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풍경을 접어두고 시간을 담다
동해남부선, 풍경을 접어두고 시간을 담다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12.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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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 기장에서 통학하거나 울산, 포항이 고향인 우리 대학교 학생이 집에 가려면 부산 서남부 끝에서 동북부 끝으로 가는 긴 여정에 나서야 한다. 송정과 기장은 같은 부산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려 아침저녁으로 복장이 터진다. 울산과 포항은 부산종합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것부터가 고생이다. 노포동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이나 부산에서 고향 가는 시간이 별반 차이가 없어 부산의 광활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하지만 이들 지역은 '동해남부선'을 이용하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실제로 동해남부선 부전역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 버스와 지하철로는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데 비해 기차를 타면 단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기차를 타고 해운대역과 송정역 사이 해안절벽구간을 지날 때 보이는 탁 트인 바다풍경은 선물과도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는 이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만날 수 없다. 동해남부선에 복선전철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지난 2일부로 구 해운대역-송정역 구간이 폐선되고 장산 아래로 이설됐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6분의 절경

▲ 구 송정역 전경.

동해남부선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해남부선은 일제가 한반도 수탈을 위해 부설한 철도 중 하나로 1918년 포항-경주 간 철도가 놓이면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대구-영천-경주-포항을 잇는 경동선의 일부로 건설됐다. 이후 일제는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동해선 부설 계획을 수립해 경주-포항 노선을 분리한 뒤 이를 부산진 구간과 연결해 1935년 12월 16일 동해남부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단선이던 동해남부선을 복선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레일이 두 줄인 복선에 비해 레일이 하나뿐인 단선은 상·하행이 동시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구 해운대역-송정역 구간은 도시 중앙을 가로질러 사고발생 우려가 크고, 곳곳에 설치된 건널목은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복선전철화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인한 구 해운대-송정 구간의 폐선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6분의 절경' 때문이다. 장산을 가로지르는 터널로 달리는 지금 노선과 달리 해안 절벽 위로 달리던 이전 노선은 이용객들에게 멋진 바다를 6분간 선사했다. 6분간 펼쳐지는 절경은 어떠했을까. 구 해운대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해운대해수욕장 마천루 뒤를 달려간다. 창을 통해 바다 쪽을 바라보면 높은 건물 사이로 바다가 보일락 말락 하며 애간장을 태운다. 그러다가 순간 건물 사이로 바다 한 중간을 향해 쭉 뻗은 도로 끝자락에 걸친 바다가 수줍게 나타난다. 이 도로는 영화 '해운대', '거룩한 계보' 등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미포건널목인데, 이곳을 기점으로 달맞이고개 아래로 접어들면서 숨바꼭질 하던 바다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구 해운대-송정 구간에서 바라본 바다.

감질나는 바다와의 숨바꼭질에 살짝 짜증이 날 즈음 짧은 터널을 통과한다. 이 터널은 마치 관문같다.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바다가 물밀듯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청사포를 지날 즈음에는 센텀시티의 마천루와 광안대교가 어우러진 남해의 도시적인 바다 풍경을 선사한다. 구덕포에 다다르면 자연 그대로의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창 가득 바다가 채워지는지라 해안 절벽 위에서 내려다봄에도 불구하고 코앞에 바다가 있는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구덕포를 지나 송정역에 이르면 해송과 건물이 창을 가리면서 바다구경이 끝난다.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맞닿아 평행해 달리는 구간은 이곳과 정동진역-안인역 구간 단 두 곳뿐인데 그 중 한 곳이 사라졌으니 아쉬움은 더욱 진해진다. 바다와 평행해 달리는 철길이 적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통망이 자동차 중심으로 구축돼 철길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KTX나 수도권의 지하철 등을 제외하면 국내 여객철도 노선은 1973년 완공된 태백선을 마지막으로, 지난 30여 년간 신규 노선 개통이 하나도 없다. 철도인프라 구축이 미진한 까닭에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와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를 빼면 기차를 타고 자연풍광을 즐길만한 여행코스는 거의 없다.

▲ 바다 풍경을 담으려는 승객들.

이러한 아쉬움 때문인지 지난 10~11월 두 달 동안 구 해운대역-송정역 구간은 6분의 절경이 사라지기 전에 찾으려는 이용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말에는 열차가 만원이 돼 열차 내 통로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관계자는 "노선 이설로 인해 해당 구간이 사라지기 전에 찾으려는 이용객 수가 크게 늘었었다"고 전했다.

이달 2일부터 운행 중인 신노선의 풍경은 사라진 6분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크게 불러일으킨다. 새 노선은 수영강에서 장산을 관통하는 긴 터널을 통과해 53사단 사령부와 부산국군병원 정문 앞 해운대 신역사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어두운 터널을 지나 신(新)송정역에 다다른다. 먼발치서 해운대의 모습이 간혹 보이기는 하나, 이전 노선이 가져다줬던 아름다움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게다가 터널 구간은 어둡고 답답해 마치 지하철을 타는 기분마저 든다.

바다풍경 대신 운송효율 얻게 돼

구 해운대역-송정역 구간의 이설로 아름다운 풍경을 잃는 아쉬움은 크지만 얻게 되는 효율도 크다. 우선 기존 노선보다 길이가 짧아져 해당구간 통과시간이 5분 이상 단축됐다. 게다가 기존 노선이 지나던 우1·2·3·4건널목과 미포건널목, 청사포건널목 등 철도건널목 8개가 사라져 해운대 일대 교통난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총 2조 5,000여 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진행되는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기차 배차 횟수가 30회에서 134회로 크게 는다. 또한 기존 동해남부선 노선이 직선화 되면서 72.1km에서 65.7km로 전체 노선 거리가 줄어 부산과 울산 간 거리가 좁혀진다. 이로 인해 부전역에서 태화강역에 이르는 시간이 80분에서 40분대로 단축된다. 게다가 동해남부선이 광역교통시설에 편입돼 버스와 지하철 환승이 가능해진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기장, 송정, 해운대, 울산, 포항을 오고가는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울산과 포항을 오고가는 학생들은 한 시간 넘게 부산종합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수고를 덜게 된다.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부전역에 내려 동해남부선으로 환승하면 되기 때문이다. 해운대, 송정, 기장 거주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웠던 기존 동해남부선의 요금(입석기준 2,200원)도 환승 덕분에 부담을 덜게 된다.

▲ 구 해안철길로 접어드는 화물기차.

폐선 부지는 공원으로 재탄생 예정

기존선로 주변은 해안절경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자의 접근이 통제됐다. 하지만 기존선로가 폐선되면서 이곳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코레일은 해안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폐선된 4.8km 구간의 선로를 활용해 레일바이크나 바이모달 트램(경전철과 버스를 결합한 친환경 교통수단)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는 폐선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전체면적 26만 8,555㎡에 628억 원을 투입한다. 이 공원에는 바닷길을 따라 자전거길 및 산책로, 전망대, 녹지 등이 조성되는데, 이는 '그린 레일웨이 조성사업'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다. '그린 레일웨이 조성사업'은 해운대 센텀시티를 기점으로 폐선 부지의 공원을 경유해 기장 동부산관광단지까지 이르는 트래킹로드와 자전거 길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산시는 "각 사업이 현실화되면 폐선 부지는 해안절경과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 및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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