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디오스, 타인의 기대여
[데스크 칼럼] 아디오스, 타인의 기대여
  • 정혜원 학보편집국장
  • 승인 2014.03.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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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원 편집국장

 '피겨 퀸'으로 군림한 김연아 선수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1990년생 동갑내기이자 그녀의 영원한 숙적 아사다 마오 또한 은퇴가능성을 내비쳤다. 여느 때 같았으면 더 이상 은반 위에서 김연아 선수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암담했겠지만 올해는 무대가 끝나고 눈물 흘리는 '아사다 마오'에게 더 눈길이 갔다.

이번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 마오는 자신의 비장의 무기인 '트리플 악셀'에 실패하며 경기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1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트리플 악셀로 일본 국민과 언론에게 피겨 신동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로 그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일본 피겨 팬들은 "러시아로 망명하라", "그냥 할복하라", "대륙을 횡단하고 수영해서 돌아와라" 등 도를 넘어선 반응들을 보였다. 그녀를 피겨 신동이라고 치켜세웠던 사람들은 한순간에 그녀를 냉대했다.

우리는 대부분 어린 시절 '신동'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신동은 재주와 슬기가 남달리 특출난 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아이가 의미 없이 내뱉은 옹알이에도, 아이가 어쩌다 몸을 뒤집어도 부모는 '우리 아이가 신동이 아닐까'하는 기대를 갖곤 한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 '잘한다'는 주변인들의 칭찬과 기대감 속에 신동화(化) 돼 왔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없이 신동이 되었음에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점점 '죄인'이 돼 갔다.

아사다 마오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본의 피겨 영웅으로 불린 그녀는 기대에 응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을 것이다.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은 그저 스케이트가 좋아 피겨 생활을 시작한 어린 소녀에게 부담으로 다가와 그녀를 옥죄었다. 아사다 마오 성적 부진의 큰 요인은 부족한 연습량이 아니라 그녀를 신동으로 치켜세운 지나친 관심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사다 마오는 쇼트프로그램 다음날 열린 마지막 프리 스케이팅 무대에서 애증의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소화해냈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그녀는 그간의 신동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그저 스케이트가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새 마음 새 뜻으로, 일 년 동안 이뤄내야 할 것들을 계획할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다른 이의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소신껏 밀고 나가자. 그 때 비로소 성과가 나올 것이다. 마치 아사다 마오가 깨끗하게 3회전 반 점프를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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