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기] 제2의 성인식, 번지점프
[일상탈출기] 제2의 성인식, 번지점프
  • 김성환 기자
  • 승인 2014.04.08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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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
▲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청풍랜드 번지점프장.

 몇 년 전 화제가 된 "제가 직접 한번 해보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뛰어내리는 기자의 모습, 많은 이가 기억할 것이다. 뉴스를 본 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문득 번지점프와 겹쳐 보였다. 그때부터 도전하고 싶었던 번지점프, "저도 직접 한번 해보겠습니다."

국내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의지의 유무를 떠나 뛸 수 있는 장소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권에서는 더 드물다. 가까운 곳에서 번지점프를 해보고 싶다면 대구 이랜드 번지점프장과 포항 비학산랜드 번지점프장을 추천한다. 기자는 충청도 제천시에 위치한 청풍랜드 번지점프장을 선택했다. 국내 최고 높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고 다른 영남권 번지점프보다 물을 끼고 있다는 점이 더 안전해 보였기 때문이다.

열차를 타고 떠나니 여행을 가는 것 같은 설렘이 있었다. 그렇게 5시간여를 달려 제천역에 도착했다. 청풍랜드는 제천시에서도 상당히 외곽에 있기 때문에 버스 시간을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 시간을 잘못 맞추면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아름다운 청풍호를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번지점프대가 보인다.

청풍호수 가운데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번지점프대는 기대와는 달리 호수와는 관련없는 풀장 위에 있었다. 번지점프대 위치와 길었던 이동시간 때문인지 떨림도 없고 빨리 뛰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서약서를 쓰고 보호장비를 착용하려는 순간, 온몸의 떨림이 시작됐다.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꽤 고생을 했다.

대한민국 최대 높이라는 말에 주눅든 것일까. 점프대 위에 올라선 자세가 볼만하다. "엉덩이 앞으로 하세요", "발 30cm만 더 나가세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들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갑자기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만세 자세 합니다"라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취했다. 문득 번지점프가 뉴질랜드 원주민의 성인식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제2의 성인식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5,4,3,2,1, 번지!" 담당자의 구령에 따라 시키는 대로 엎어졌다. 그리고 영겁의 4초, 잠깐 눈을 감아서 다 보진 못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영화의 추락장면 그 자체였다. '이러다 바닥에 부딪히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리바운드가 이어졌다. 계속 오르내리는 느낌이 썩 편하진 않았다. 거꾸로 매달린 채 빙글빙글 돌다가 보트에 실리는 모습은 좀 우스꽝스럽지만 다시 땅 위로 올라온 뒤에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뭔가 한 발자국 더 자란 느낌에 후련함도 느껴졌다.

번지점프를 뛰고나니 성장의 기분과 삶의 소중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장비가 잘못된 건 아닌가, 이렇게 내 삶도 끝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흥분이 좀 가시자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지점프가 뉴질랜드 원주민의 성인식인 이유는 이런 자아성찰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바쁜 생활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번지점프를 통해 일상을 벗어나 역설적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느껴보자. 더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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