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그것이 알고 싶다
주민등록번호, 그것이 알고 싶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14.04.0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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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을 전후로 꾸준하다 싶을 정도로 이어져온 개인정보유출 때문에 '내 개인정보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말도 있다. 개인정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구할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한 사람의 개인정보가 묶음으로 26원이라고 한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검색어만 알고 있다면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도 한다. 한 사람의 주민번호가 그렇게 작은 가치를 띠고 있는가 싶기도 하다.

지난 4월 1일 1억여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던 국민카드와 농협카드에서 17만 5,000여 명의 고객 정보가 추가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개인정보의 중심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개인정보' 담은 13자리 숫자

주민등록번호란 국민식별번호 제도로, 주민등록법에 의해 부여된다. 총 13자리의 숫자 중 앞의 6자리는 생년월일을 나타내고, 뒷부분 7자리는 성별과 지역코드, 검증번호로 구성돼 있다. 뒤의 7자리에서 맨 앞부분은 성별을 나타내는데 1은 남자, 2는 여자를 나타내는 것이었지만 2000년 출생자부터 남자는 3, 여자는 4를 부여받았다. 주민등록법 초기에 출생한 사람들의 성별코드는 남자 9, 여자 0이었다.

성별코드 다음 네 개의 숫자는 지역코드다. 지역코드는 출생신고를 처음 한 지역에서 부여받는다. 우리나라에는 각 지역마다 네 자리로 된 지역코드가 있다. 지역코드 네 자리 중 앞의 두 자리는 출생등록지에 해당하는 광역자치단체의 고유번호이며, 뒤의 두 자리는 출생등록을 한 주민센터의 고유번호이다.

지역코드의 다음 한 자리는 출생신고 당일, 출생신고가 해당 주민센터에서 몇 번째로 접수된 것인가를 나타낸다. 한 동네에서 하루에 몇 사람씩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숫자는 1이나 2, 커봐야 5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마지막 숫자는 오류검증번호이다. 생년월일을 포함한 앞 12개 숫자 모두를 특정한 공식에 대입해서 산출한다. 따라서 앞의 12자리 숫자가 차례로 정해지면, 마지막에 올 수 있는 번호는 하나로 결정된다.

주민등록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제도는 일제 강점기 조선기류령 및 기류소속규칙이라는 법령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조선기류령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조선기류령은 '조선에 9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본적지 외의 일정한 장소에 주소 또는 거주지를 정한 자는 머물고 있는 곳을 관에 알리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기류신고가 강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의 거주관계를 그대로 반영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기류법 폐지 후 주민등록법이 탄생했다.

주민등록법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1962년 오늘날과 가장 비슷한 형태를 갖게 됐다. 그 이전에는 시·도민증을 발급하였으나 기류령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중등록도 가능했다. 이후 개정을 거쳐 국민 모두에게 번호를 발급했으며 이때부터 이중 등록이 금지됐다. 개인의 고유 번호 발급 또한 이때 시작됐는데, 이때의 주민등록번호는 지금과 달리 12자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후 3차 개정을 통해 오늘 날과 같은 13자리로 바뀌었다.

관리·확인 용이하지만 기본권 침해 소지 있어

주민등록번호는 개인 고유의 번호이기 때문에 국가입장에서도 행정업무에 효율적이다.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 주민센터에 출생 신고를 해도 동일한 주민등록번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정부행정기관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개인식별성과 적은 인원으로 다수의 인원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상에서 신분확인을 위한 장치로 많이 쓰이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개인고유번호이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생겼을 때 손쉽게 신원확인이 가능해 인명피해를 입었을 경우, 혹은 범죄예방과 수사에 도움이 된다. 정확히는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때 함께 수집하는 지문이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실제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해결사건 322건에 대한 지문 재검색을 실시한 결과 살인 등 34건의 사건을 해결하고 112건의 피의자 신원을 확인해 경찰서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지문 재검색으로 해결된 사건은 범죄 종류별로 살인 1건, 성폭력 20건, 강도 9건, 절도 4건 등이었다. 그 중 1명은 현장에 남긴 쪽지 재검색으로 신원이 확인돼 체포됐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이탈리아에서는 2010년부터 범죄 방지를 위해 전 국민의 신분증명서에 지문날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승인 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독일의 경우 출생, 사망 등 기록을 위한 신분등록제 외에는 개인식별번호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상당히 다른데,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이러한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해당 관청의 선거준비, 조세카드 발급, 여권 발급, 병역사항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연금카드와 연금보험번호, 의료보험카드 등이 있지만 신분 확인용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의 개인정보보호 독립센터의 개인정보보호관 얀 묄러는 2004년 한 언론인터뷰에서 "일원화된 번호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한국의 주민등록 같은 제도가 독일에서는 위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동독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주민등록번호가 사용되었지만 개인을 감시하려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독일 통일 과정에서 모두 폐지됐다.

정보 유출, 현재로선 예방이 최선

▲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뚜렷한 대처법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결국 찾게되는 것은 예방법이다.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계속 되면서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여론은 차갑다.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탓에 한번 유출이 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진선미 의원과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주민번호를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하고,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임의의 일련번호로 주민번호를 구성하도록 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정보통신법 개정 이후 2013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이 중지됐다. 또한 정보유출로 인해 지난달 10일 금융감독원, 유관 금융협회 등에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금융거래 시 주민등록번호를 최초 거래 시에만 수집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정책 또한 다양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유출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고질적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2005년 아이핀(IPIN)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 대학교 김보문(일본학 전공 3) 학생은 "등록한 적도 없는데 카드사에서 피해사과문을 보내 유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차선책으로 아이핀을 발급받았는데 주민등록번호에 비해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핀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신원확인을 위한 개인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결국 주민등록번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동통신사를 통한 휴대폰 본인 인증도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아이핀과 맥락이 다르지 않다. 아이핀, 휴대폰 번호 등 또 다른 식별번호가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한다면 아이핀 혹은 휴대폰 번호 유출 사태를 불러올 뿐이다. 또한 지난 2010년 아이핀제도 또한 보안취약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뚜렷한 대처법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결국 찾게 되는 것은 예방법이다. 그 중 가장 크게 환영받고 있는 것이 안전행정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주민등록번호 클린센터(http://clean.kisa.or.kr/)이다. 클린센터에서는 본인 인증을 하면 해당 주민등록번호로 가입돼 있는 사이트 목록 확인 및 탈퇴를 할 수 있다. 가입여부를 확인 후 하단에 있는 탈퇴요청하기를 누르면 탈퇴가 가능하다. 만약 가입여부를 조회했는데 0건이 뜬다면 서버의 응답이 느려 늦게 뜬다거나 인터넷 브라우저 설정의 문제이므로 설정을 바꾼 후 새로 고침을 하면 가입 여부를 다시 확인 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신용정보나 평가기관에서 운영하는 주민등록번호 보호서비스가 있다. 보호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크게 두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명의도용차단 서비스와 신용정보조회 서비스다. 명의도용차단은 신청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두는 것이며 신용정보조회는 금융권에서 신청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했을 경우 문자메시지로 그 내역을 알려주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클린센터와 달리 이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이니, 자신에게 좀 더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체를 비교하며 자세히 알아보고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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