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언론, 원칙은 구조될 것인가
침몰한 언론, 원칙은 구조될 것인가
  • 서영우 기자
  • 승인 2014.05.1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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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여객선 학생·교사 전원 구조', '벽을 사이에 두고 생존자와 대화한 잠수부', '5차례가 넘는 구조자 수 변경'.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언론 보도 헤드라인이다. 안타까운 사건과 검증 안 된 보도에 유족들과 국민들은 여러 번 울었다.

언론이 남들보다 앞서 보도하겠다는 일념으로 오보를 생산하고,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선정적인 문구를 갖다 붙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번 재난·사건 보도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언론의 역할과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후약방문식의 조치와 시간이 지나면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은 언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언론 침몰'의 전조였다. 세월호 사건이 복합적인 문제로 발생한 인재(人災)였던 것처럼 언론의 침몰도 단순히 한두 언론사의 '적폐'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관행화된 추측성 기사

오보·앵무새식 보도

▲ 사고 당일 CNN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수온별 생존율을 예상하는 보도를 하는 가운데 MBC에서는 세월호 침몰 시 예상 보험금을 예상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제일 많은 지적을 받았던 건 기사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추측성 기사와 오보였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방송 3사에서 합동조사단의 발표나 증거품 수집이 있기도 전인 사건 초기부터 북한을 염두에 둔 추측성 보도를 무분별하게 내보냈다. 겉으로는 신중을 강조하면서도 답을 정해놓고 여론을 몰아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미디어오늘의 한 논설위원은 어뢰를 탐지하지 못한 이지스함의 레이더 문제를 지적하며 레이더 제조사인 록히드마틴 사에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결국 소나(수중음향탐지기)와 레이더(무선탐지 및 거리측정장치)의 차이를 알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부 기관의 발표에 대한 여과 없는 앵무새식 보도는 우리 언론의 오래된 관행이다. 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나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도 사건을 심층적으로 보도하기보단 정부 발표만 믿고 '빨리' 기사를 내는 것에 급급해 정작 현장의 진실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이번 세월호 사건 초기에도 '전원구조'나 '산소공급'이라는 정부 부처의 발표를 대부분의 언론이 그대로 기사화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오보가 됐다.

언론의 수준 이하 보도행위는 재난이나 사건 보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열린 소치 올림픽에서 KBS는 폐막식 생중계 중 김연아의 은메달에 대해 '(실제로는 금메달인) 은'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그리고 일부 인터넷 언론은 소트니코바의 갈라쇼 연기를 희화화하는 기사로 연일 도배했다. '국뽕(국가와 히로뽕을 합친 말로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지나치게 도취돼 있는 것을 조롱하는 속어)'이나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로 수준 이하의 보도를 하는 기자를 비하하는 속어)'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된 것도 이 즈음이다.

인터넷 매체의 어뷰징 기사도 고질적인 문제다. 어뷰징 기사란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것을 뜻한다. 굳이 따지자면 포털이 언론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방법이기 때문에 포털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어뷰징 기사가 민감한 사건과 결합됐을 때 생기는 문제를 감안하면 언론이 무책임하단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MBN에서 민간 잠수부라 자칭하는 홍 모 씨 인터뷰를 방송했을 때 홍 씨의 주장을 두고 방송 직후부터 진위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언론들은 사실 확인 없이 "해경이 민간잠수부 투입을 막고 있다"는 홍 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논란이 되고 있다'는 식의 관련 기사를 여과 없이 양산해냈다. 사실이 확인된 뒤엔 홍 씨의 전력이나 MBN이 사과 방송을 했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가 줄을 이었다. 무분별한 어뷰징 기사로 인해 논란만 커지고 뒷수습은 신경 쓰지 않은 사례였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수준과 그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원인을 한두 가지로 정의하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언론의 수준과 상관없이 수용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거기다 인터넷과 SNS 등 대안뉴스로서 기능을 하는 매체들이 늘어났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유가족들과 관련자들은 공중파 3사 등 기존 언론사보다 이들 대안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 매번 재난·사건 보도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언론의 역할과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후약방문식의 조치와 시간이 지나면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은 언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언론 침몰'의 전조였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2012년 '시사저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1위가 KBS인 것을 감안하면 종이신문으로서는 이들 신문을 독자들이 가장 신뢰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매체에 관한 부문에선 이른바 조·중·동이 순위권에 들었다. 구독률도 압도적인 차이로 조·중·동이 높았다. 신뢰받는 신문이 도리어 영향력도 낮고 많이 팔리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역설적인 구조를 이루게 된 데는 자본과 정치적 힘이 작용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결국 보고, 듣고, 구매하고, 평가하는 주체인 수용자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언론에 대한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보도를 모니터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참사의 원인을 밝히는 제대로 된 탐사보도가 필요한데, 현재 대부분의 언론은 일기 쓰듯 나열하는 보도만 내놓고 있다"며 "공영방송을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바꾸고 문제가 심각한 매체는 안 보는 등 분노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의식 수준 높아진 수용자…

대안매체 늘고 보도 비평 관심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언론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발표에 대한 여과 없는 보도는 언론의 책임과 연관이 있다. 데스크는 기사의 사실 확인에 민감하지만 예외적으로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정부 기관의 발표를 보도했을 때다. 정부의 발표 정도 되면 어느 정도 공신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사실 확인에 느슨하다. 하지만 이 점 때문에 언론이 정부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기사화해버리고, 그 바람에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게 된다. 언론사들은 보도 이후 재확인과 심층 취재의 책임은 망각해 버리는 것이다.

▲ 기사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요소가 개입된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언론이 너무 감정적으로 사건에 접근한다는 시각도 있다. 부산의 한 신문사 논설위원은 "언론은 제3자로서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하는데 세월호 사건에서 나온 기사들만 보더라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쓴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언론에선 '세월호 탑승자' 보다도 '단원고 학생들'에게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보도했고, 결과적으로 세월호 사건은 '학생들에게 잘못한 어른들'이라는 세대적 갈등구도를 만들어내고 온 국민이 우울증에 시달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논설위원은 보도 양적인 문제도 지적하며 "외국 언론에선 아무리 큰 사고가 난다 해도 이렇게까지 하루 종일 관련 보도만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며 "다른 보도와 병행하며 사건을 취재해야 하는데 한 사건만 지나치게 조명하고 문제화시키다 보니 그에 따른 문제점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KBS에선 세월호 특집으로 12시간 분량의 방송을 기획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아 2시간으로 축소 방영하기도 했다.

언론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을 자각하고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이런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사건이 잠잠해지면 덩달아 흐지부지되는 일도 허다하다. 한국기자협회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재난보도준칙'의 초안을 만들어 발표했다. △인명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취재할 것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는 금지할 것 △근접촬영 자제, 자극적인 장면은 보도 금지할 것 등 6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보도준칙은 재난보도에 있어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잊혀지면서 초안을 가이드라인화 시키는 것도 유야무야 잊혀져 버렸다. 만약 이 때 정확한 준칙이 제정되고 각 언론사마다 매뉴얼화 시켜 사건보도 기자들에게 교육시켰다면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언론은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보도지침 제정 위한 노력 보여

▲ 언론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진실보도를 추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위 사진은 JTBC 뉴스9에서 부적절한 질문으로 논란이 됐던 기자를 대신해 사과하는 손석희 앵커의 모습.

세월호 가건과 관련해서도 노력의 움직임은 있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달 20일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피해 관련 통계나 명단 등은 반드시 재난구조기관의 공식 발표에 의거해 보도한다 △주요 현장에서 취재와 인터뷰는 신중해야 하며, 유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 보도한다 등 총 10개 항으로 구성된 가이드라인은 언론 보도로 인한 2차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언론 내부의 자정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기자협회는 또한 지난달 23일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른 시일 내에 '재난보도준칙'을 언론계 공동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언론의 보도 문제를 세월호 사건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모든 재난·사건 보도의 지침을 만드는 데 동의했다. 유명무실한 현재의 보도준칙이나 신문윤리강령 대신 각 언론사가 공동으로 합의하고 준수할 수 있는 준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이기심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대학교 박경우(신문방송학) 교수는 현재 언론의 문제에 대해 "불과 몇 년 새 사회 전반에 공공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언론은 대중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여론을 인도해야 하지만, 언론이 기업화되고 이윤추구에 더 비중을 두게 되면서 공공성을 망각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언론이 공공성을 회복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의 보도행태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언론(言論)'은 개인이 말이나 글로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모두 언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부턴가 언론의 영향력을 몇몇 언론사에게 넘겨 버리고 그들에게 모든 책임과 의무를 강요하고 있다. 언론의 문제점만을 찾아 손가락질만 하기 보단 개인이 미디어를 가려 섭취하는 동시에 언론이 본래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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