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人터뷰] 집을 그리는 작가
[동아人터뷰] 집을 그리는 작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4.06.0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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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리석미술상 수상 기념 전시회 개최 - 김명식(미술학과) 교수
▲ 장리석미술상 수상 기념 전시회를 개최한 김명식 교수.

"지붕은 머리, 창문은 눈, 입구는 코, 대문은 입이에요. 하얀 집만 있는 그림은 부자 백인 동네, 까만 집만 있는 그림은 흑인 동네. 여러 집들이 모여 있는데 반해 한 집만 떨어져 있는 것은 왕따 집입니다." 김명식 작가는 인터뷰에 앞서 기자에게 자신의 대표작인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East Side Story) 연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장리석미술상을 받아 전 세계를 돌며 수상기념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명식 작가(미술학과 교수)를 해운대 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김 작가의 작품에는 '집'이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고향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데기(高德里, 고덕동의 옛 이름)'의 모습을 그린 연작에서도 예전에 살던 집이 소재로 등장한다. 김 작가는 "집은 모든 사람의 안식처로 누구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며 "집이 그 곳에 사는 사람을 표명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교수직과 작업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던 것도 가정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집은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다.

작가는 누구나 한번쯤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김명식 작가 또한 그랬다. 10년간의 무명시절을 거쳐 거의 매년 개인전을 열만큼 프로의 자리에 오른 김 작가는 2000년대 들어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는 "하얀 캔버스를 보는데 뭘 그려야할지 모르겠고,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스스로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탈출구를 찾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THE AMERICAN CENTURY : ART & CULTURE 1950-2000' 전시회를 보기 위해 미국으로 나섰다. 그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전시회를 찾은 미국인들은 작가가 키우는 애완견이나 부인의 초상화 앞에서 떠나질 못했다. 김 작가는 "다른 사람의 개나 부인 초상화를 좋아하고, 사서 자기 집에 걸어놓는 미국인의 정서를 보고 미국에 계속 남기로 결심했다"며 "우리나라였으면 남의 부인 그림을 왜 걸어 놓느냐고 타박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2004년 미국 롱아일랜드대 교환교수로 재직하게 된 김 교수는 자비까지 보태가며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전철을 타다 어느 순간 창밖의 집이 사람으로 보였다. 이것이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시작이었다. 하얀 집, 검은 집, 노란 집 등 집의 색깔은 백인, 흑인, 동양인 등 그 집에 살고 있는 인종을 의미한다. 단순한 주택가처럼 보이는 그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인종들이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교수로서는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김 작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시도했다. "작가는 언제나 안주하면 안 된다"는 그의 말처럼 지금껏 써온 붓을 나이프로 바꿔든 것이다. 붓이 아닌 나이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어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이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그 해 가장 열심히 한 작가에게 주어지는 장리석미술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은사이신 장리석 선생님의 이름을 딴 상이라 더욱 의미 깊었다"며 "멈추지 않고 시도한 열정을 높이 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이스트'는 뉴욕의 동쪽이라는 의미로, 희망을 뜻한다. 매너리즘을 벗어나고자 도착한 뉴욕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았던 것처럼 김명식 교수는 학생들도 그림에서 희망을 느끼길 바란다. 그는 학생들에게 "말 그대로 집 그림이기 때문에 편안한 안식처라는 느낌으로 쉬어갔으면 한다"며 "좌절에 빠지지 말고 환경을 바꾸는 등의 노력으로 헤쳐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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