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기] 단 하나뿐인 나만의 컵
[일상탈출기] 단 하나뿐인 나만의 컵
  • 서영우 기자
  • 승인 2014.06.02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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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만들기 체험
▲ 기자가 컵의 테두리를 다듬고 있다.

"오~마아아아이 러어어어브 마이 다알링…." 도자기를 만들러 간다는 말에 주변에선 기다렸다는 듯 영화 '사랑과 영혼' 주제가를 불러댔다. 역시 다들 도자기 하면 도자기를 빚는지 몰리를 빚는지 구분이 안가는 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남자 기자 둘이 체험한 도자기 공예는 '사랑과 영혼'이 아니라 '브로크백 마운틴'이 될 뻔 했다.

승학캠퍼스 근처의 <삼정도예>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기로 했다. 공방에 들어서자 점토가 준비돼 있었다. TV에서 본 것처럼 돌아가는 물레 위에 반죽을 놓고 멋지게 빚어내는 걸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현실의 벽은 높았다.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공방을 운영하는 권희철 도예가는 "물레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드는 건 수 주 이상의 교육을 받은 숙련된 견습생 수준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대신 틀을 이용해 손쉽게 작품을 만드는 방법을 통해 도자기 체험을 하기로 했다.

도자기 체험은 그릇, 접시, 컵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기자는 컵을 선택했다. 반죽된 흙을 1리터짜리 우유팩처럼 만든 후 낚싯줄을 이용해 회를 뜨듯 길게 잘라냈다. 꼭 초밥 위에 올리는 연어회 같은 모양의 반죽이 만들어졌다. 견본용 컵을 반죽 위에 올려놓고 굴려가며 감싸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 종이컵처럼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컵의 겉면에 반죽이 완전히 밀착되도록 감싸줘야 예쁜 모양의 컵이 된다. 위아래로 남는 부분을 잘라내고 조금 문질러 다듬으니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왔다.

반죽을 하나 더 만들어 이번엔 컵 밑동 크기에 맞춰 동그랗게 잘라낸 뒤 컵 밑에 붙였다. 그리고 다듬기를 반복했다. 손이 안 닿는 컵의 안쪽 면은 물 묻힌 붓으로 다듬어줬더니 금방 반질반질해졌다. 그 다음 칼로 잘라서 날카롭게 각이 져 있는 컵의 테두리(입이 닿는 부분)를 다듬어줬다. 스펀지에 물을 묻혀 몇 번 닦아주고 난 뒤 다듬으니 훨씬 수월했다.

이제 컵 테두리를 장식하는 것과 손잡이를 다는 일만 남았다. 권희철 도예가가 손잡이를 달아주어서 장식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다. 도장을 이용해 문양을 찍어낼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리거나 문구를 새겨 넣을 수도 있다. 동행한 안희석 인턴기자는 '이 컵 쓰면 나랑 사귀는 거다?'라고 새기면서 웃픈(?) 솔로 인증을 했다. 기자 또한 재밌는 문구를 새겨 넣고 싶었지만 컵을 예쁘게 만들어서 진상하라는 여자친구님의 어명이 있었기에 진지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문구를 다 새기니 모든 작업이 완료됐다. 작품은 일주일간 그늘에서 굳힌 뒤 초벌과 유약작업 후 다시 굽는 과정을 거쳐 한 달 뒤에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속의 로맨틱한 분위기라든가 물레 위에 도자기를 올려놓고 잠잠히 빚어내는 장인 같은 정적이고 차분한 모습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대신 흙에 손을 대는 순간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찰흙을 갖고 작품을 만들던 때가 떠올랐다. 말랑말랑하고 시원한 찰흙의 질감, 물 묻힌 점토의 미끌미끌한 기분, 회색 흙가루로 범벅이 된 손.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옛 추억들을 되찾아보고 싶다면, 투박하고 못생긴 도자기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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