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기] 스스로의 한계를 재설정하다
[일상탈출기] 스스로의 한계를 재설정하다
  • 이수정 인턴기자
  • 승인 2014.09.0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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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등반
▲ 대청봉 비석을 손으로 찍던 순간,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벅참이 밀려왔다.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고 한다. 산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어떤 이에게 더한 특혜를 주지도, 덜 주지도 않는다지만 기자에겐 예외였나 보다.

일상의 매너리즘에 찌들어 있던 7월 말, 학과에서 등반을 간다며 참여하겠냐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자는 새로운 자극을 기대하며 함께 가겠다고 했다. 등반할 곳은 길이 험하기로 유명한 해발 1,708m 설악산 대청봉이었다.

설악산 등반 코스는 하루 만에 오르기 쉽지 않아 대부분 1박 2일 일정으로 꾸려진다. 첫날 용대리에서 백담사를 거쳐 수렴동대피소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 봉정암을 거쳐 소청, 중청, 대청봉까지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본격적인 등반은 백담사에서 시작했다. 수렴동대피소로 가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길은 비교적 평평했다. 선녀들의 목욕 장면을 연상할 만큼 바닥이 훤히 보이는 초록빛 계곡과 수려한 나무들이 이어진 풍경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풍경을 보며 감탄한 것도 잠시. 평소에 운동의 '운'자도 모르던 기자는 얼마 되지 않아 힘이 달렸다.

1시간 30분 후,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했다. 수렴동대피소는 따로 씻을 곳이 없다. 계곡물로 간단히 세안만 하고 꿀맛 같은 저녁을 먹으며 숲 속의 낭만에 한껏 젖어들었다. 그리곤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취침했다. 코 고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고단함에 취해 금방 잠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어떤 시련이 닥칠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청봉 점령의 날 새벽이 밝았다. 전날 일찍 취침해서인지 느낌이 좋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봉정암'이었다. 어제의 산행으로 몸이 조금은 단련됐을 거란 착각은 금방 깨졌다. 곧 풍경을 감상할 여유조차 사라졌다. 점점 험해지는 산길이 펼쳐지며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됐다.

▲ 중청봉에서 바라본 대청봉의 모습.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100번도 넘게 들었다. 그럴 때마다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 무엇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악물고 올랐다. 그저 목표지점을 향해 한발 한발 걸었다. 봉정암에서 소청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바윗길이라 일명 '깔딱고개'라 불린다. 오를 때 숨이 '깔딱' 넘어간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숨이 차고 근육이 아파 마치 네 발 짐승처럼 기어가듯 올랐다. 하지만 교수님과 동료들의 응원에 힘을 냈다. 그렇게 봉정암에서 소청봉을 거쳐 중청봉에 오른 후 목표지점인 대청봉이 보이기 시작하자 다시금 힘이 났다.

대청봉 비석을 손으로 찍던 그 순간.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벅참이 밀려왔다. 탁 트인 설악산 능선과 웅장한 절벽까지 어느 하나 놓치기 싫어 눈을 크게 떴다. 무사히 등반을 마친 스스로가 대견했다. 전날부터 대청봉에 오르기까지 약 22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래서 모든 것을 견디며 산을 오르는 사람은 인자가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악산 등반은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극한의 신체적 한계가 온 매 순간을 극복할 때마다 자신의 한계치가 높아짐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자신감은 옵션이다. 다가오는 가을엔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설악산 등반 한번 가보는 게 어떨까. 자신이 설정한 만큼이 자신의 한계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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