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대하는 아가씨들의 인상 찌푸린 얼굴에서는 구매하고자 하는 의욕이 뚝 그치는 것이 예사인 것 같다. 동전을 바꾸어 달라고 하여도 잘 바꾸어 주지 않아 눈치를 보아야 하고 그러기에 아예 친구에게 한 개씩 얻는 것이 편하며, 아가씨들이 작동하여 판매하는 음료수 한잔보다는 자동판매기에서 몇 분씩 줄을 서서 기다려 마시는 것이 더 나은 것임은 어쩔 수가 없다. (중략) 또한 대신동캠퍼스 복사실 아가씨의 히스테리 역시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하루 종일 일하다가 보면 짜증도 나겠지만 간혹은 참으로 심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잔뜩 찌푸린 아가씨 얼굴이 싫어서 매당 5원씩이나 비싼 교외 복사실을 찾는 것은 손해가 아닐까. 많은 분량을 복사할 경우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한 소리 들어가면서-분량이 많다고-찾는다. (동아대학보 제616호)
본지 1986년 3월 10일 자 독자투고 코너 『자명고』에 실린 내용의 일부다. 당시 대신동캠퍼스(현 구덕캠퍼스)의 소비조합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소비조합은 생활용품과 용역을 공동으로 구입해 중간이윤 없이 싸게 공급하는 조직이다. 우리 대학은 지난 1985년 여름방학 때 대학본부를 승학캠퍼스로 옮겼다. 이로 인해 복지나 기반 시설이 하단으로 치우쳤고 대신동캠퍼스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수강신청 시기만 되면 신청 과목의 선정에 골머리를 앓는데다 양 캠퍼스를 왔다 갔다 하며 수업을 들어야 하는 고충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 소비조합 이용의 불편함이었다.
당시 투고를 했던 이기연 동문(회계학 87졸)은 지난달 22일 본지와의 통화로 "학교를 다니는 4년 내내 소비조합 직원들의 불친절에 불만이 많았는데 한 번 크게 싸우고 난 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투고를 했다"며 "신문이 나온 뒤로는 매점 근처에도 가지 않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친구한테 부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1986년은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온 나라가 친절이 필수 덕목이 된 상황이었다. 이기연 동문은 투고에서 '그것이 우리에게도 별세계 이야기가 아니'라며 소비조합의 불친절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며 일침을 놓았다.
그동안 학내 편의시설을 운영해 왔던 소비조합을 대신해 올해 7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정봉식)이 창립됐다. 기존의 소비조합과 달리 교수, 직원, 학생 등의 학내 구성원이 공동 출자해 복리증진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방학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이번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일부 임대매장을 제외한 학교 내 △식당 △매점 △커피점 △분식점 △자판기의 운영을 생협이 맡는다.
정봉식 이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내 매장이나 식당에서 학생들이 겪는 불편을 잘 파악해 가격을 비롯한 복지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생협이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인들에게 친절한 생협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후 어떤 기사가 실리는지 보면 알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