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혼돈의 시대
[나들목] 혼돈의 시대
  • 학보편집국
  • 승인 2014.09.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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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 다 돼 가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있으면 뒤쳐진다 싶어 한자와 한국어 급수를 따기 위해 학원에는 다니는데…."

우리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의 말이다. 많은 학생이 이 여학생과 같은 입장일 것이다. 물론 일찍부터 개별적으로 진로를 정해 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있을 테고, 또는 취업지원실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도 있을 테다. 대학마다 취업률은 해마다 올라가는 추세지만 과연 그 수치만큼 안정된 직장을 찾는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세상은 혼란스럽다. 최근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약한 자들을 많이 어루만져 주고 갔으나 유족들이 바라는 세월호특별법은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국회는 민생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세월호특별법에 휘둘려 우왕좌왕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의 가혹행위는 갈수록 불거지고 있고, 부산 · 경남지역은 집중호우로 후진국형 피해양상을 보였다.

필자의 아들 두 명도 제대 후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이들도 불투명한 앞날에 불안해한다. "아빠가 대학 다닐 때는 교내 잔디밭에 앉아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실 정도로 낭만이 있었다"고 말을 하면 "호시절 이야기 하지 마시라"며 일축해버린다.

요즘 더 큰 문제는 소위 '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다. 학업과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느라 대출 등을 해서 그 비용을 쓴 후 취업을 못해 빈곤생활을 하거나, 취업을 해도 빚에 허덕이는 '사실상 학생'을 일컫는 신조어로 국내에 대략 34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스튜던트 푸어로 살다가 취업을 포기하거나 고리 채무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하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스펙에 투자하는 데 비례해 생활은 그만큼 더 궁핍해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준 연이자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쓴 대학생이 무려 8만8,000명 정도였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혼돈스럽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저학년 때부터 진로를 정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게 묘책일 수도 있다.

『맹자』 「이루상」(離婁上)에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를 업신여긴 뒤에 남이 업신여기고…"(夫人必自侮 然後人侮之 … )라고 하였으니, 개인의 패망은 모두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무리 힘든 과정이라고 해도 스스로를 중히 여기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조해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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